최유정 13억 보관한 대여금고…‘검은 돈’ 피난처로 변질

최유정 13억 보관한 대여금고…‘검은 돈’ 피난처로 변질

입력 2016-05-25 07:09
수정 2016-05-2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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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최유정(46·구속) 변호사가 자금 일부를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금고에 관심이 쏠린다.

대여금고는 고객이 돈이나 유가증권, 집문서 등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은행에서 빌려쓰는 소형 금고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여금고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수준부터 지하철 코인로커 크기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대여금고 사이즈는 폭 25㎝, 길이 60㎝, 높이 20㎝ 정도다. 5만원권 기준으로 11억∼12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크기다.

시중은행 대부분 지점에 설치돼 있으며 이용에는 크게 제한이 없다. 5만∼30만원의 보증금과 연간 2만∼3만원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은행들은 ‘VIP 고객’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대여금고를 내주기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비밀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은행 직원은 금고 방 문만 열어줄 뿐이어서 어떤 물건이 보관돼있는지는 이용자만 알 수 있다. 열쇠를 잃어버리면 새 열쇠를 맞추는 게 불가능해 대여금고 자체를 뜯어내야 할 정도로 보안성도 높다.

이 때문에 대여금고가 악용되는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금융거래 정보가 남지 않아 뇌물 등으로 받은 ‘검은 돈’을 숨겨두는 용도로 쓰이곤 한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지난해 도박혐의로 재판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질대표 송창수씨로부터 50억원씩 총 100억원을 수임료로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최근 최 변호사의 대여금고를 수색한 결과, 현금과 수표 13억원이 나왔다. 검찰은 대여금고 개설 시기로 볼 때 최 변호사가 이 13억원의 일부를 정 대표 구명 로비 목적으로 받았을 것으로 의심한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거액 뇌물 수수 혐의로 법정에 섰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출신 박관천(50) 경정도 뇌물로 받은 금괴의 일부를 대여금고에 보관했다. 박 경정은 지난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보관할 때는 신원과 물건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면 사법당국의추적을 피하지 못한다.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경찰이나 검찰은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대여금고를 열어볼 수 있다.

금융거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도 실제 수사에서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대여금고를 압수수색 할 때에는 피의자가 어느 은행 지점에 물품을 보관했는지 수사를 통해 특정하고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여금고는 사법당국 수사보다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은 검찰처럼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피조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조사에 관련한 회계·세무자료를 예치받을 수 있다. 서류 조사에서 대여금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탈세의 ‘피난처’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솔직히 대여금고가 없어지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은 은행이 파악해야 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되면 비밀 보장이 안 돼 대여금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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