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가지 전통궁중음식…떡꽃 화분은 ‘화룡점정’
“1999년 한국 방문 때 안동에서 한식으로 마련해준 생일상을 인상 깊게 기억합니다.”





여왕은 73세 생일이던 1999년 4월 21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관람한 뒤 생일이 같은 주민 5명과 축배를 들고 축가를 불렀다.
17년이나 흐른 일이지만 여왕은 아직도 그 생일상이 기억에 생생하다고 했다. 어떤 상차림이었는지 되짚어본다.
생일상은 과일, 국수, 편육, 찜, 탕 등 47가지 전통 궁중음식으로 차려졌다.
특히 높이 60㎝에 이르는 떡꽃 화분은 생일상의 백미로 꼽힌다.
떡꽃 화분은 나뭇가지에 갖가지 동물 모양 떡을 매달아 놓은 전통 음식으로, 궁중이나 지체 높은 양반가에서 회갑이나 칠순 등 특별한 날에나 겨우 볼 수 있던 진귀한 음식이다.
당시 여왕 생일상을 준비했던 조옥화 전 우리음식연구회장은 6일 “이 음식을 만드느라 예행연습을 2번 거쳤고 최종 작품은 여왕 생일 전날 저녁부터 당일 아침까지 지극 정성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았다”고 회상했다.
조 여사는 높이 20㎝ 놋쇠 화분에 매화나무 가지를 심고 고추와 새, 토끼, 나비 등 갖가지 동물 형상을 떡으로 빚어 옛 음식 그대로 재현했다.
떡, 사과, 배, 밀감, 은행, 곶감, 약과 등이 층층이 쌓여 있고 궁중에서 임금님께만 올리던 문어오림과 진귀한 꽃나무떡이 심어진 생일상은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수저 사용이 어려운 여왕을 위해 생일상에는 은으로 된 포크도 준비됐다.
여왕은 생일상에 올려진 몇가지 음식을 맛보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축배용으로 막걸리를 가라앉혀 특별히 제작한 청주를 마시기도 했다.
생일상 비용까지 부담한 조 여사는 “11명의 도우미와 함께 사흘 밤낮을 꼬박 새우며 음식을 준비했다”면서도 “여왕께서 한국을 찾아주신 것만 해도 영광스러워 힘든 줄도 모르고 생일상을 차렸다”고 그날을 되돌아봤다.
영국대사관 측은 애초 의전상 번거롭다는 이유로 생일상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안동시는 “집에 오는 손님은 반드시 대접하는 것이 우리 고유의 풍습”이라며 대사관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시는 당시 여왕이 받은 47가지 전통음식으로 만든 생일상을 그대로 전시해 이후 관광객 유치에도 일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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