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롱 향해 3살 아이 집어던져…경찰 ‘살인죄’ 적용

벽·장롱 향해 3살 아이 집어던져…경찰 ‘살인죄’ 적용

입력 2016-06-26 17:35
수정 2016-06-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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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변 못 가려” 동거녀의 3살 아들 숨지게 한 30대 영장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동거녀의 3살배기 아들을 벽과 장롱을 향해 두 차례 집어던져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동거녀의 아들을 집어던져 숨지게 한 정모(33)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정 씨는 지난 25일 오전 8시께 자신의 집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정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찰은 3살배기 아이를 벽과 장롱을 향해 던지면 죽을 수 있다는 인식을 정 씨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데다 범행 후에도 119등에 신고해 치료받도록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판단이다.

정 씨는 지난 24일 오전 1시께 춘천시 후평동 한 원룸 2층에서 동거녀의 3살배기 아들의 다리를 잡고 두 차례나 벽과 장롱을 향해 집어던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정 씨는 동거녀의 아들이 호흡과 맥박이 끊기자 인공호흡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씨는 아이가 숨진 뒤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아이의 시신을 31시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후 정 씨는 같은 날 오전 1시 4분께 자신의 친구에게 ‘아이를 죽였다’는 문자를 보냈다.

반신반의했던 정 씨의 친구는 이튿날인 지난 25일 오전 4시께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정 씨에게서 받고서야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기저귀에서 흘러넘친 대변이 방바닥 등에 묻어 화가 난 데다 씻긴 뒤에도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순간 화가 나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아기 엄마이자 동거녀인 A(23) 씨와 지난달부터 동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용직으로 일하다 허리를 다친 정 씨는 주로 야간에 일하는 A 씨를 대신해 아이를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전날인 23일 오후 정 씨는 동거녀의 아들을 장시간 방에 혼자 놔둔 채 외출했다.

이어 정 씨는 술을 마시고 24일 자정께 귀가한 직후 범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동거녀 A 씨는 정 씨의 범행 당일인 오전 6시께 일을 마치고 귀가했지만, 술에 취한 탓에 자기 아들이 숨진 사실조차 모른 채 잠을 잤다.

같은 날 오후 6시께도 아들이 자는 줄로 알고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채 다시 일을 나가기 바빴다.

A 씨는 자기 아들이 숨진 사실을 하루 만인 지난 25일 오전 2시가 돼서야 알았다.

정 씨는 A 씨에게 “내가 아이를 죽였다.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질렀다.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제야 A 씨는 수건에 쌓인 싸늘한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지만, 휴대전화 발신이 정지돼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결국 정 씨의 친구가 지난 25일 오전 8시께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발견 당시 동거녀의 3살배기 아들은 발가벗겨진 상태였으며, 온몸에는 멍투성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 씨와 동거녀는 평소에도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저귀조차 채우지 않고 발가벗긴 채 방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멍 자국 등으로 미뤄 이 사건 이전에도 정 씨가 훈육 등을 이유로 동거녀의 아들을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 씨가 만취 상태에서 일을 저질러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며 “정 씨의 동거녀가 정 씨와 함께 아들을 학대한 것은 없으나 방임한 정황이 있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숨진 아이의 사인 규명을 위해 오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할 방침이다.

숨진 동거녀의 3살배기 아들을 평소에도 때리거나 방임하는 등 아동학대가 있었는지 등도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정 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27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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