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피해 불가피·매뉴얼만 따르면 인명피해 가능성 없어
본격적인 우기를 맞아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인한 임진강 하류 남쪽 지역의 수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북한이 총 저수용량 3억5천만t 규모의 황강댐을 방류하면 경기도 연천 군남홍수조절댐(총 저수용량 7천160만t) 하류지역에 어떤 피해가 있을까?
28일 군남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연천군, 임진강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북한이 황강댐을 고의로 붕괴시키지 않는 한 어구가 떠내려가는 등 임진강 하류 어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하지만 인명 피해 발생은 대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황강댐 방류 어떻게 확인하나
북한은 군남댐 상류 임진강 유역에 모두 5개의 댐을 운영하고 있다.
남측에서 임진강 수위를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남방한계선에 위치한 필승교 횡산수위국이다. 횡산수위국은 군남댐에서 북쪽으로 10.5㎞ 떨어진 곳에 있다.
북한의 댐은 횡산수위국 상류 9.8㎞ 지점에 4월5일댐(각 댐 총 저수량 2천∼3천t 규모) 1호가 있고 30.8㎞ 지점에 4월5일댐 2호가 있다. 황강댐은 횡산수위국에서 42.3㎞ 지점에 있어 육안으로 방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황강댐 상류에는 4월5일댐 3호와 5호가 있다. 군남댐과 황강댐의 거리는 56.2㎞다.
황강댐 방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그 첫 번째가 황강댐의 위성사진이며 두 번째는 4월5일댐 1호기에서 물이 댐을 넘쳐 흐를 때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4월5일댐 1호기 월류 여부는 군남댐과 군부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횡산수위국 수위 변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방류량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이 황강댐 물을 방류할 때 얼마나 빨리 확인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진다.
황강댐에서 방류한 물이 군남댐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려 빨리 확인하면 그만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도달시간은 하천면적, 방류량에 따라 달라진다. 유역이 좁으면 좁을수록, 방류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속이 빨라져 도달시간이 짧다.
북한이 황강댐에서 초당 500t가량 방류하면 4월5일댐 1호에서 군남댐까지 2시간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보고 있다.
군남댐 건설 전인 2009년 9월 황강댐 방류로 6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경찰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횡산수위국에서 15㎞가량 하류 지점인 임진교까지 2시간 30분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4월5일댐 월류가 육안으로 확인되면 군남댐까지 도달하는 데 2시간가량 걸린다. 군남댐에서 방류량을 조절하면 또 2시간 남짓 여유가 생긴다.
이에 따라 황강댐이 무너지지 않는 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군남댐 수위가 높아지면 그만큼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 황강댐 방류 때 대응은
대응 매뉴얼은 횡산수위국 수위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횡산수위국 수위가 1m를 넘어서면 군남댐 상황실, 28사단 지휘통제실, 한강홍수통제소간 핫라인(Hot-Line)을 통해 상황이 전파된다.
곧바로 수자원공사와 연천군은 군남댐∼임진교∼장남교 강둑에 설치된 15개 경보시설을 통해 대피방송을 한다. 어민과 주민, 관련 공무원 556명에게 SMS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고 소방서, 경찰서, 파주시청, 경기도청에 상황이 전파된다.
재난 관련 부서 필수요원은 비상소집돼 하천 주변 순찰과 낚시객이나 야영객 대피를 유도한다.
임진강 참사 전에는 횡산수위국 수위가 3m면 관심단계, 5m면 주의단계, 7m면 심각단계로 운영됐으나 참사 이후 수위 기준이 크게 강화됐다.
임진강 하류에 위협이 되는 국가적 위기 관리기준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횡산수위국 수위가 7.5m를 넘어서면 관심단계, 12.0m 주의단계, 군남댐(42.0m) 월류가 예상되면 경계단계, 월류가 발생하면 심각단계로 운영한다.
횡산수위국 수위는 2010년 7월과 2013년 7월 한 차례씩 7m를 초과한 적 있으며 2009년 임진강 참사 때는 최고 수위가 4.7m였다. 2013년의 7월 경우 5일간 강원 춘천에 426.5㎜, 동두천 333.5㎜, 서울에 279.5㎜의 비가 내렸다.
◇ 군남댐, 北 황강댐 대응 가능할까
군남댐은 북한 황감댐의 방류에 따른 홍수로부터 임진강 하류지역을 보호할 목적으로 2010년 7월 1일 가동을 시작했다.
높이 26m, 길이 658m, 총 저수용량 7천만160t 규모로 지어져 100년 빈도의 최대 홍수(48시간 강우량 388㎜)로 초당 유입량 1만1천800t일 때에도 하류 제방이 범람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북한이 황강댐을 고의로 붕괴시키지 않는 한 웬만한 홍수에도 버티도록 지어진 셈이다.
임진강 전문가인 장석환 대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황강댐 붕괴 등의 사태만 없다면 군남댐 하류 지역에 큰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황강댐 방류 때 우려 되는 것은 어민들의 피해와 행락객 안전사고 가능성이다.
임진강 유량이 갑자기 늘어 어구가 떠내려가 발생하는 어민 피해에 대해서는 현재 뾰족한 방법이 없다. 어구를 거둬들이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유량이 늘면 안전사고의 우려 때문에 어구를 치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낚시객이나 야영객 등 행락객의 안전사고는 매뉴얼대로 지켜지기만 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수자원공사와 연천군의 설명이다.
수자원공사 임진강 건설단 관계자는 “군남댐은 홍수 때 담수(물 채우기) 시작 직전 댐에서 내보낸 물이 바다까지 흘러갈 때까지 담수할 능력이 있다”며 “어민 피해나 행락객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황강댐 방류만으로는 홍수 등의 큰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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