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입구역에 내리면 서울대 없어…전국 역이름에 국민 힘들다

서울대입구역에 내리면 서울대 없어…전국 역이름에 국민 힘들다

입력 2016-07-05 09:42
수정 2016-07-05 11: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전현충원역서 현충원까지 도보 40분 ‘고행길’

대전 도시철도 1호선 현충원역에서 내려 국립대전현충원까지 걸어가려면 30∼40분 가량이 더 필요하다.

보행로 기준 거리는 2㎞가 넘는데, 횡단보도를 몇 개 통과해야 한다. 노년층이라면 쉽게 걸어갈 엄두를 낼 수 없는 고행길이다.

“지역의 주요 공공시설을 역명으로 사용했다”는 도시철도공사 설명에도, 환승 시내버스 노선이나 셔틀버스 시간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시민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도 범어사와 직선거리로 2.4㎞ 떨어져 있다. 택시를 타고 가도 비탈길을 5분 가량 더 가야 한다.

수인선(인천∼수원) 전철 송도역(연수구 옥련동)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지 행정구역 대신 옛 협궤열차 운행 당시 역사 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주민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연수구의 한 주민은 “송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한쪽은 수인선 송도역 주변에서 기다리고, 다른 한쪽은 송도국제도시에서 기다렸던 적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인천시민이 송도로 부르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는 수인선 송도역에서는 인천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타야 하고 최소 5개 역을 더 가야 할 만큼 떨어져 있다.

지하철(도시철도) 역사 이름이 실제와 동떨어진 이 같은 사례는 주변에 대학이 있을 때 더 두드러진다.

홍보 효과를 노리는 학교 측에서 기존 역사 이름에 교명 병기를 요구하다 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다.

부산-김해 경전철 김해대학(안동)역은 안동공단에 있는 데다 대학과 3㎞나 떨어져 있다. 외지에서 김해대학을 찾아온 승객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바로 옆 인제대(활천)역도 실제 대학과 2㎞ 넘는 거리에 있다.

장신대(화정)역과 가야대(삼계)역도 대학과 700∼800m나 떨어져 역사에서는 전혀 대학 분위기가 나질 않는다.

경기 남부 지역에선 도보는 커녕 버스를 타고도 10∼20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포털사이트의 ‘빠른 길 찾기’ 정보를 검색한 결과 1호선 평택시 서정리역(국제대학)에서 국제대학까지는 마을버스를 타고 5개의 정류장을 거쳐 내려서도 4분 정도 걸어야 한다.

분당선 죽전역(단국대)에서 단국대 죽전캠퍼스를 갈 때도 마을버스로 9개의 정류장을 지나 4∼5분 더 걸어야 한다.

한 용인시민은 “죽전역에서 단국대까지는 사실상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라며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를 걸어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 입구까지는 걸어서 25분 가량(직선거리 1.7㎞) 걸린다.

1호선 신창(순천향대)역과 오산대역, 4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과 한대앞역, 6호선 증산(명지대)역, 신분당선 광교중앙(아주대)역, 부산 도시철도 4호선 영산대역,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신천(경북대입구)역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구도시철도공사 한 관계자는 “대학 측에서 역 이름 개정 요청을 하는 데다, 해당 학교 학생이나 방문객이 역에 내리면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 공용물명칭제개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역사 명을 병기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 해도 거리상으로 지나치게 먼 시설이나 학교의 이름을 역사 명으로 사용하는 건 이용자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다.

차내 방송을 하거나 안내문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해당 기관을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향토성이나 지역 특성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역사 위치와 크게 관계없는 곳의 이름을 끌어다 쓸 필요는 없다”며 “승객 편의를 고려한다면 역사 주변 거점이나 행정동 명에서 정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