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 아버지 행패 못 이겨 끝내 패륜 저지른 형제

알코올중독 아버지 행패 못 이겨 끝내 패륜 저지른 형제

입력 2016-07-21 19:42
수정 2016-07-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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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둔기로 때려 아버지 숨지게 하고 동생과 시신 유기

알코올중독 아버지의 행패에 시달린 30대 아들이 끝내 아버지를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형은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동생은 형과 함께 시신을 야산에 유기했다.

21일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 오전 0시 30분께 대전 유성구 최모(31)씨의 집에서 그의 아버지(61)는 만취해 집 안에 감춰둔 술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최씨 아버지는 자주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알코올중독 증세가 심했다. 술만 마시면 집안에 집기류를 때려 부수는 등의 행패를 부리기 일쑤였다.

계속 술을 찾는 아버지를 피해 최씨 동생(29)은 PC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친구 결혼식에 다녀온 최씨가 집에 오자, 아버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들을 괴롭혔다.

급기야 집 안에 있던 둔기로 최씨를 때리려 했고, 둔기를 빼앗아 아버지 머리 부위를 수차례 내리쳤다는 것이 최씨 진술이다.

아버지는 최씨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지고 말았다.

최씨는 직후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오라고 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두 얘기했다.

형제는 아버지 시신을 유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둔기는 버려 없애고, 삽 두 개를 구입했다. 다음날 오전 4시께 아버지 시신은 스노보드 가방에 담고 대전 동구 한 야산으로 이동, 땅을 파고 시신을 묻었다.

이후 형제는 함께 살며 8개월여를 지냈지만, 결국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아버지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친척이나 지인들은 아버지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전과 같이 알코올중독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겠거니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이 어딘지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최씨의 행동은 아버지 지인들의 의심을 샀다.

결국, 경찰에 “최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전날 자정께 최씨가 종업원으로 일하던 점포에서 그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그는 아버지를 살해했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최씨가 지목한 장소에서 아버지 시신을 발견했다.

최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동생은 사건과 관계가 없고, 혼자서 시신을 유기했다고 일관적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암매장 현장을 다녀온 경찰이 조력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동생을 체포했다.

이어 형과 함께 사체를 유기했다는 동생의 진술을 받아냈다.

최씨가 3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형제는 각각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알코올중독 아버지는 숨진 채 발견되고 말았다.

최씨 형제 우애는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체포 직후 살해 시점을 올해 2월로 진술했다. 당시 동생이 사고로 입원 치료를 받던 때여서, 동생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아버지의 알코올중독 증세가 매우 심했고, 아버지의 행패에 못 이겨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친지들 역시 아버지의 알코올중독이 상당한 기간 이어져 왔고, 입·퇴원을 반복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일부 친척들은 형제들보다 행패를 부려 사건을 유발한 아버지를 더 원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 형제를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최씨에게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동생은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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