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배식·청소에 간병까지 맡긴 정신병원장

환자에게 배식·청소에 간병까지 맡긴 정신병원장

입력 2016-08-02 10:13
수정 2016-08-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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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인권교육·실태조사 권고

치료를 받아야 할 입원 환자들에게 병원 내 노동을 강요한 정신병원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교육 강화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1년 넘게 입원한 환자에게 배식과 청소, 다른 환자의 간병까지 시킨 대구의 A 정신병원에 인권교육 강화를, 대구시에는 실태조사를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모(55)씨는 2014년 10월 입원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시간마다 환자 식판에 밥을 떠 주고 매일 새벽 4시께 일어나 병원 복도를 청소했다.

이씨에 앞서 입원한 박모(74·여)씨는 배식은 물론 2014년 8월부터 다른 환자의 옆에 자면서 대소변 처리와 식사를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간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병원의 보호사가 시켜 환자를 간호했다고 진술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씨와 박씨는 노동의 대가로 각각 담배 30갑과 13갑을 받았는데 피해자들은 담배를 다른 환자들에게 팔아 현금화할 수 있었다.

A 정신병원 원장은 “입원 환자들에게 노동을 강요하지 않았고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현금화가 가능한 담배를 준 것은 노동의 유인이 될 수 있다”며 “원장이 병원 운영상 편의를 도모하는 등 해당 노동은 자발적 성격의 봉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환자의 치료나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정신병원은 전문적인 계획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공예품 만들기 등 작업치료를 할 수 있지만 피해자들의 노동은 치료계획에 따른 것도 아니었다.

인권위는 “관할 구청장에게 병원 운영상 편의를 위해 입원 환자에게 노동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A 정신병원의 지도·감독을 강화하라고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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