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농약 표본조사 한계…판매되면 ‘회수 방법 없어’ “흐르는 물보다 담가놓은 물에 2∼3분간 세척해 잔류농약 제거해야”
국민 밥상이 불안하다. 기준치를 넘는 농약이 검출된 농산물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식품·보건당국은 농수산물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잔류농약 검사를 연중 한다고 하지만, 표본조사로 할 뿐이다. 현실적으로 판매되는 모든 농수산물을 조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통 과정에서 기준치를 넘는 농약이 검출됐더라도 이미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농수산물은 회수할 수도 없다. 국민이 안전한 농수산물을 먹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7월 말까지 검사한 농산물 6천749건중 0.8%인 53건을 부적합 판정해 1.2t을 폐기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도 올 상반기 검사한 농산물 2천33건 중 0.7%인 14건을 부적합하다고 판정하고 1.8t을 폐기했다.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올해 현재까지 검사한 농산물 2천611건 중 3.6%인 38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12t의 농산물이 폐기됐다.
도매시장 등에 반입되는 농수산물과 마트ㆍ백화점 등에 판매되는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잔류농약 검사를 한다.
하지만 잔류농약 검사가 지연되면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산물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도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모 도매시장에서 낙찰된 적상추 136㎏ 중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된 13㎏은 농약 기준치를 초과해 폐기됐다.
그러나 학교 급식용을 제외한 나머지 123㎏은 회수되지 않고 판매됐다.
감사원은 “농산물이 도매시장에 반입된 지 2∼3일 뒤에 안전성 검사를 해 학교 급식용 농산물과 동일한 산지 출하자의 농산물이 외부로 유통됐다”며 소홀한 사후 관리를 지적했다.
식품·보건당국이 마트·백화점에서 농수산물을 수거한 뒤 검사해 부적합 판정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해당 농수산물과 동일한 산지 출하자의 농수산물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됐으면 회수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 양창숙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수산물안전과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한정된 인력과 장비로 농수산물 전체를 조사할 수 없고 현행처럼 샘플조사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검사도 중요하지만, 출하 직전 농어민들이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적발되면 고발하고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조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수산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과 중금속 등이 검출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잔류농약 검사를 한 농수산물 6만5천43건 중 1.1%인 720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농산물 가운데는 시금치(68건)가 가장 많았고, 깻잎(65건), 부추(56건), 상추(51건), 쑥갓(4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수산물 중에서는 주꾸미(24건), 새우(10건), 낙지(5건), 해파리(3건), 장어(2건) 등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적발된 농산물의 경우 654건이 잔류농약 과다 검출이었다.
카드뮴·납 등 중금속(7건)과 이산화황(6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경우도 있었다.
수산물에서도 수은·카드뮴 등 중금속(4건), 동물용 의약품(2건), 이산화황(1건), 대장균군(1건)이 과다하게 검출되기도 했다.
농어민들도 국민이 안심하고 농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 하려고 농약사용을 자제하는 등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충남 천안 입장농협포도작목회 측은 “잔류농약 검사기준을 통과해야 출하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에서 배 농사를 짓는 한 농민(55)은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 생산자 입장에서 잔류농약과 관련된 부분은 소비자보다 더 철저하게 살핀다”며 “애써 키운 자식 같은 과일을 그냥 버려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항에서 과수 농사를 하는 A(38)씨는 “수확기에는 작목반이 한 번 농가별로 샘플을 수거해 당도 등 품질 검사를 하면서 잔류농약 검사도 한다”고 전했다.
전남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쌀을 재배하는 농민 김준호(54)씨는 “농약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친환경 농법이 안전한 먹거리를 담보할 수 있다”며 “농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친환경 농법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이러한 농약 자제 노력에도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주부 정모(43)씨는 “마트·백화점에서 채소를 살 때 농약 걱정을 많이 한다”며 “집에서 잘 씻어서 먹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중근 박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현실적으로 잔류농약 전수검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깨끗하게 씻어 농수산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실험 결과에 따르면 흐르는 물보다는 받아 놓은 물에 농수산물을 2∼3분간 담가 놓는 게 잔류농약을 제거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