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평생에 학교 다닌 1년이 가장 행복했어요”

“아흔 평생에 학교 다닌 1년이 가장 행복했어요”

한찬규 기자
입력 2016-09-22 22:48
수정 2016-09-2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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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애 할머니 91세에 초교 졸업

위안부 피하려 학교 못 가고 결혼
“평생 꿈 이뤄… 중학교도 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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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애 할머니
조남애 할머니
“평생의 꿈을 이뤘습니다. 중학교도 가고 싶습니다.”

91세 조남애 할머니가 22일 대구시교육청 행복관에서 열린 대구내일학교 졸업식에서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조 할머니는 소학교 분교에서 일본인 교사로부터 일본어를 조금 배운 게 학력의 전부다. 조 할머니는 “당시 한국 처녀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데려가는 분위기여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일찍 시집을 갔다”며 “우리글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게 한이 돼 대구내일학교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조 할머니는 “가방을 메고 학교로 나설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학교에 다닌 1년 동안이 평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글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두렵지 않다”면서 “나보다 나이 적은 친구도 많이 생겨 함께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족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또 “건강만 허락한다면 영어를 더 배워 해외여행도 가보고 싶다”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가고 싶다”고 했다.

대구내일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을 위해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성인문해학교다. 초·중교 학력이 인정된다. 조 할머니와 같이 이날 121명이 초등 과정을 졸업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9세다. 23일에는 중학 과정 71명(평균 나이 71세)의 졸업식이 열린다.

중학 과정 최고령 졸업자인 한경순(84) 할머니는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항상 마음 한구석에 못 배운 한이 있었다. 중학 과정 3년 내내 남편 병간호하며 다녔는데 두 달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에게 가장 먼저 졸업장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식과 함께 열린 입학식에선 초등 과정 149명(주간반 129명, 야간반 20명), 중학 과정 150명이 입학했다. 입학생의 평균 연령은 초등 과정 67세, 중학 과정 66세다. 초등 과정 주간반은 명덕초교 등 4개교, 야간반은 중앙도서관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중학 과정 수업은 제일중학교에서 진행된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016-09-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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