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동급생 칼부림…학교폭력 빨간불 무시한 참사

중학생 동급생 칼부림…학교폭력 빨간불 무시한 참사

입력 2016-09-27 16:25
수정 2016-09-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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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교사-학부모, 학교폭력 문제로 통화했으나 적극 대처 안 해

26일 강원 원주 시내의 한 중학교에서 대낮에 발생한 칼부림 사건은 학교폭력을 암시하는 몇 차례 빨간불을 무시한 결과 빚어진 참사였다.

A 군의 부모는 이날 오전 8시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며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에 담임교사는 이날 1교시인 오전 9시부터 25분 동안 A 군과 상담하는 자리에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너를 때린 B 군을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해야겠다”는 뜻을 밝혔다.

담임교사는 상담을 마치고 나서 2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상담을 하고 교실에 돌아온 A 군은 1교시가 끝나자마자 교실에서 B 군으로부터 머리와 뺨을 맞았다.

A 군은 2교시에 끝난 후에는 화장실로 끌려가 B 군으로부터 다시 폭행을 당하자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B 군의 복부와 다리 등 10여 곳을 찔렀다.

하지만 학교폭력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A 군이 ‘자력 구제’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기 이전에도 부모와 담임교사는 학교폭력이 진행 중인 사실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친하게 지내던 친구 관계였던 두 중학생의 관계가 벌어진 것은 지난 7월 중순이다.

A 군은 SNS 메시지를 통해 B 군의 전 여자 친구를 험담한 일로 사이가 나빠졌고, 폭력으로 이어졌다.

A 군은 이때부터 4차례에 걸쳐 공원이나 화장실에서 뺨을 맞거나 배, 다리 등을 걷어차이는 폭행을 당했다.

마침내 A 군의 부모는 지난 8월 20일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A 군의 부모는 학생들이 친구 관계인만큼 서로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

교사 경력 2년째인 담임교사도 학부모의 의사를 받아들여 학교폭력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강구하지는 않았다.

담임교사와 A 군의 부모는 지난달 18일에 이어 주말 휴일인 24일 다시 통화했지만, 참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은 예견하지 못했다.

특히 담임교사의 경우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26일 오전 B 군을 학교폭력 자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면서 A 군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하지 못했다.

강원도교육청은 “A 군이 3∼4차례 동급생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다 보니 흉기를 준비한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담임교사가 학생을 세심히 살피는 역량을 키우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A 군을 괴롭혀온 B 군은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위급한 상황은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을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한 경찰은 검찰과 신병 처리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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