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일가 치밀한 탈세…차명지분→유령회사 헐값 넘겨

롯데 총수일가 치밀한 탈세…차명지분→유령회사 헐값 넘겨

입력 2016-10-02 10:23
수정 2016-10-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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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Yu’, ‘Clear Sky’ 등 홍콩·싱가포르·美 유령회사 4곳 활용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에 헐값에 넘기는 방식으로 증여 대상자들이 최소 1천억원대 탈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 딸 신유미(33)씨가 지배하는 구조다.

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오래전부터 경영권 분쟁 등에 대비해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친인척이나 지인 이름으로 보유해왔다.

검찰은 롯데 수사를 하면서 2003년 당시 국내 계열사 사장 L씨와 서씨 오빠의 지인 C씨가 각각 롯데홀딩스 지분 3.25%(14만1천130주), 2.96%(12만8천300주)를 차명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그해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1주당 액면가인 50엔(약 500원)에 서씨가 대주주인 경유물산에 매각했다.

수천억원 어치로 평가되는 핵심 지주회사 주식을 불과 1억3천여만원의 헐값에 판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차명 주식을 서씨가 지배한 경유물산으로 넘기게 한 것은 차명 소유주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등의 법적 분쟁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5년 신 총괄회장은 이 주식을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에게 세금을 덜 내고 증여하는 방안을 찾도록 그룹 정책본부에 은밀히 지시했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달 8일 검찰의 방문조사 때 “직원들에게 절세를 지시했지 탈세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 부분에 관한 답변이다.

채정병 당시 지원실장 등 정책본부 핵심 임원과 실무자들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도움을 얻어 차명지분을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 소유의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헐값에 매도하는 형태로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는 방법을 마련했다.

롯데 측은 서씨 모녀를 위해 홍콩에 ‘China Rise’라는 자본금 2억원 짜리 유령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가 재출자해 싱가포르에 ‘Kyung Yu’라는 이름의 다른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앞서 L씨, C씨가 경유물산에 지분 6.2%를 넘긴 거래는 취소됐다. L씨 등은 싱가포르의 ‘Kyung Yu’에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액면가에 팔았다.

신 이사장을 위해서도 홍콩과 미국에 각각 모기업인 ‘Extra Profit Trading’과 자회사인 ‘Clear Sky’가 설립됐다.

이후 ‘Kyung Yu’가 ‘Clear Sky’에 신 이사장 몫인 롯데홀딩스 지분 3.0%를 매도 형태로 액면가에 넘겨 해외 유령회사를 대거 동원한 증여 절차는 마무리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에게 각각 3.2%, 3.0% 지분을 줬다는 친필 확인서가 발견됐고, 롯데홀딩스가 정기적으로 ‘Kyung Yu’와 ‘Clear Sky’에 배당금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 거주자인 이들에게 증여세 납부 의무가 있음이 확인됐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도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를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 다만, 이들은 탈세액이 1천100억원가량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최소 3천억원 이상으로 본다.

검찰은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전 부사장이 미국 컨설팅사에 회사 가치 평가를 의뢰한 결과, 지분 1%의 가치가 약 1천억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 점에 비춰 6천억원대 가치의 주식 증여 과정에서 3천억 이상의 탈세가 이뤄졌다고 본다.

이에 따라 서씨와 신 이사장이 탈세 혐의로 각각 기소된 가운데 향후 재판 과정에서 탈세 규모를 놓고 검찰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양도에 따른 거래 대금조차 신 총괄회장의 돈으로 가장 납입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증여세를 안 내려고 양도 형식을 취한 범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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