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는 학업 중단했는데 가해자는 서면사과로 끝나

학교폭력 피해자는 학업 중단했는데 가해자는 서면사과로 끝나

입력 2016-10-13 08:19
수정 2016-10-13 08:1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염동열 의원 “미온적 징계 대부분…학폭위 인적구성 다변화해야”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1학년생인 A군은 지난 8월 쉬는 시간 급우들로부터 심한 놀림을 당했다.

친구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SNS에 올리자고 말하기도 했다.

A군은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과 그 학부모는 “친구들 간에 간지럽히는 장난을 한 것일 뿐”이라며 폭력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A군은 학기 초부터 반 학생들 일부로부터 비속어에서 따온 별명으로 불리는 등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스마트폰으로 A군 몰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강제로 게임을 해서 A군이 지면 때리는 등 물리적 폭력도 지속적으로 가했다.

결국, 피해 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신고해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소집됐지만 가해 학생들은 서면사과와 접촉금지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A군은 급우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현재 학교 출석을 중단한 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의 대처가 미온적 수준에 머물러 피해 학생만 억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염동열 의원(새누리당)실이 최근 3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의 학폭위 심의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가해자 징계 중에 서면사과나 학내봉사 등 가벼운 처벌이 전체의 62%에 달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가해자에게 서면사과에서부터 접촉금지, 학내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까지 총 9가지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가운데 퇴학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적용할 수 없어 사실상 전학이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나 다름없지만 실제 전학이나 학급교체 등 중징계가 이뤄지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학폭위가 중징계를 기피하다 보니 피해자들의 재심청구도 크게 늘었다.

학폭위의 가해자 측 재심청구는 2013년 373건에서 지난해 408건으로 9.3% 늘어난 반면, 피해자 측 재심청구는 같은 기간 391건에서 571건으로 46% 급증했다.

물론 가해 학생을 무조건 중징계하는 게 능사가 아니며, 교육적 방법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지만 기본적으로 학폭위의 인적 구성 자체가 중징계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염동열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학폭위원 9만7천400여 명 가운데 학부모는 56%, 교사는 28%로 두 집단이 전체 위원의 84%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관은 11%, 법조인은 1%, 의료인은 0.2%였다.

염 의원은 13일 “학교폭력은 날로 심해지는데 가해자 조치는 단순 서면사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학폭위의 학부모 비율이 지금처럼 높으면 가해자 또는 피해자 학부모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공정한 관점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폭위에서 교사, 학부모, 법조인, 경찰 등을 동등한 비율로 구성해 객관성을 높이고 학폭위의 심의기능을 교육청으로 이관하거나 재심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시급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