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피해갈 수 있겠는가…” 최재경, 고민 끝에 민정수석 맡아

“어찌 피해갈 수 있겠는가…” 최재경, 고민 끝에 민정수석 맡아

입력 2016-10-31 10:43
수정 2016-10-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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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통 검사’ 출신 “위중한 시기, 최선을 다할 것”

“아이고, 하여튼 잘 부탁합니다. 잘 응원해 주십시오.”

최순실씨의 ‘비선 실세’ 의혹이 일파만파처럼 번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전격 단행한 청와대 참모진 인사에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린 최재경(54·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민정수석에 내정됐다.

최 내정자는 2014년 세월호 사건 수사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인천지검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이후 2년 넘게 별다른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았다. 검찰 동기 중 늘 선두를 달렸던 그의 퇴진을 안타까워하는 선후배들이 많았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 요직을 거친 그였지만 변호사 대신 지난해 4월부터 법률구조공단에서 월 2회 법률상담 봉사활동을 하고 법무연수원 석좌교수를 맡아 검찰 후배들을 지도하는 등 ‘공적인 활동’을 주로 했다.

주말에는 도심을 벗어나 근교에서 ‘주말농장’을 하면서 땀방울을 흘리기도 했다.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왔던 최 내정자가 임기 4년차를 맞아 최대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직을 전격적으로 맡게 되자 검찰 주변에선 의외라는 평가도 나왔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현 정부의 제안을 받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깊은 고민을 하면서 검찰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한 끝에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총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여서 여러가지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에 오랫동안 몸담은 공인으로서 과연 이런 요청을 어찌 피해갈 수 있겠는가, 그게 공직자의 자세인가를 깊이 고민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한 전직 총장은 고민하는 최 내정자에게 “나라가 어려울 때 대통령에게 고언(쓴소리)하며 보필하는 참모가 꼭 필요하다”며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등 어지러운 정국 상황에서 “국가가 동요하는 데 일신 영달을 위해 방관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개진해 최 내정자가 ‘편히’ 마음을 굳힐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고 한다.

그를 참모로 두고 함께 일했던 전직 총장 출신 변호사들은 “현 상황에서 민정수석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최 내정자는 현직 시절 노건평·박연차 게이트, BBK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맡아왔다. BBK 관련자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했지만, 나중에 이명박 정권 실세로 꼽혔던 이상득·최시중·박영준을 구속기소 했다.

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선 최 내정자의 수사 이력을 들어 ‘정치 검사’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고위간부는 “BBK 사건의 경우 당시 ‘최재경이 아니면 맡을 사람이 없다’는 데 모든 의견이 일치했다”며 “정치 검사란 말은 지나치게 박한 얘기”라고 전했다.

최 내정자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맡았고, 김수남 검찰총장이 중앙지검 3차장검사일 때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냈다. 김 총장에 이어 중앙지검 3차장을 맡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굵직한 수사를 두루 경험하면서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최 내정자가 향후 업무에서도 법무·검찰의 중립성을 존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 내정자는 31일 연합뉴스에 “국가적으로 위중한 시기에 공직자로서 본분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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