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승처럼, 수험생처럼’…독서실로 변한 탄핵심판 헌재

‘수도승처럼, 수험생처럼’…독서실로 변한 탄핵심판 헌재

입력 2016-12-21 10:02
수정 2016-12-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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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기록 가방에 넣고 출퇴근…눈·어깨 피로 호소도

‘수도승처럼, 고시생처럼…’

박한철(63·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소 소장의 일과는 전날 집에 가져갔던 두툼한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가방에서 꺼내 ‘쿵’ 하고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시작된다.

박 소장은 오전에 헌법연구관·사무직원들의 업무 보고를 받고 재판관회의를 한 뒤 틈틈이 방대한 자료를 읽는다. 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 연구관들이 올렸던 법리 검토 기록이다. 해외의 대통령 탄핵 사례 자료도 있다.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서가 도착하면서 읽어야 할 분량이 늘어났다.

식사는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밖에서 외부 사람과 만났다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직후 박 소장 등 재판관 대부분이 연말·연초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해야 해 진땀을 뺐다고 한다. 오후에도 온종일 자료를 읽고, 그래도 숙지하지 못한 자료는 퇴근길에 동행한다. 사실상 업무에 끝이 없는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탄핵심판에 온 힘을 집중하면서 마치 독서실이나 절간과 같은 분위기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고시생 때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수도승 생활이 실감 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마치 헌재가 도심 속 ‘절해고도’가 된 모양새다.

실제로 박 소장 등은 탄핵소추 의결서가 이달 9일 접수된 이후 21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해 일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60세를 넘긴 재판관들은 눈과 목, 어깨 등의 피로를 호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관들을 도와 각종 법리 연구를 맡은 헌법연구관들도 피곤이 누적되긴 마찬가지다.

헌법재판관과 흔히 비교되는 대법관의 경우도 ‘임명 첫날만 좋고 나머지 6년은 고생뿐’, ‘수도승의 생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사회 주요 세력의 충돌과 각종 분쟁·갈등 사안이 헌재로 몰려와 사법적 심사로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이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특히 이번 탄핵심판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사안인 점에서 재판관과 연구관들의 스트레스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헌재의 이 같은 강행군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최소 석 달에서 길게는 반년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사실 누구보다도 탄핵심판을 빨리 결론 내고 싶은 것은 헌재가 아니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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