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무단횡단 피해자도 일부 책임…유족이 선처 원해” 항소심 감형
숨진 교통사고 피해자를 공사장 쓰레기 더미에 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이 운전자는 추궁하는 경찰관에게 처음에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고라니를 쳤다”고 둘러댄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4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등 혐의로 기소된 A(53)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18일 오후 8시 26분께 충남 태안군 한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던 B(78·여)씨를 차로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뒤 B씨 시신을 차에 싣고 도주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고 현장에서 10㎞가량 떨어진 공사장으로 간 뒤 B씨 시신을 쓰레기 더미 위에 올려놓고 고무통으로 덮어 유기했다.
당시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경찰은 A씨에게 전화를 해 확인했지만, A씨는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범행을 전면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고라니를 쳤다’고 둘러댔다.
A씨는 “중학교 시절 연탄가스에 중독된 후유증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다.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토대로 A씨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기한 것은 단지 겁이 났던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은폐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피해자를 유기하고는 자신의 동거녀가 운영하는 주점으로 돌아와 술을 마시는 행동을 한 상황을 볼 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야간에 무단횡단을 한 피해자에게도 교통사고 발생에 과실이 있다”며 “유족에게 일정한 보상을 하고 합의를 해 유족이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