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엔 명절 풍경도 “박근혜 구속” vs “탄핵무효”

탄핵정국엔 명절 풍경도 “박근혜 구속” vs “탄핵무효”

입력 2017-01-26 11:57
수정 2017-01-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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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행동·탄기국 서울역 등서 선전전…시민들은 ‘심드렁’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귀성객들이 몰린 서울역에서 탄핵 찬반 단체가 동시에 선전전을 벌였다. 탄핵 정국이 명절 풍경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탄핵 찬성단체들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서울역에서 박 대통령 구속 등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선전전을 벌였다.

퇴진행동은 오전 11시 서울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설에는 함께 모여앉아 촛불의 꿈과 달라져야 할 대한민국을 얘기하자”며 “박근혜와 이재용, 우병우가 언제 구속되는지 성토도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설을 쇠고 맞이하는 2월의 촛불은 결실을 보는 촛불”이라며 “박근혜 탄핵은 반드시 2월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설에 친척들과 모여 탄핵과 촛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라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이번 주말 촛불을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탄핵 등 시국 규탄 대학생 실천단’ 소속 15명은 ‘최순실 이재용 세뱃돈 대신 구속’이라는 피켓을 들고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고려대생 장명호(25)씨는 “이번 주는 광장 시위가 없어 이곳에서 선전전을 한다”며 “귀성객들이 고향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국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은 사회를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등은 서울역 입구에서 ‘최저임금 1만원’·‘외주화 반대’ 등 펼침막과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함께 들었다.

이들은 귀성객들에게 밴드(반창고)를 나눠주며 노동계 문제와 탄핵 이슈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탄핵 반대단체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도 같은 시간 서울역 앞에 대형 천막 두 개를 치고 선전전을 벌였다.

천막 위에는 ‘국정농단 첫 단추인 태블릿 PC의 진실을 밝혀라’, ‘대한민국은 언론·검찰·종북·좌익·기회주의 세력에 의한 반란 진행 중’이라는 대형 펼침막이 달렸다.

이들은 자체 제작한 ‘노컷 일베’라는 이름의 신문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며 탄핵 반대 입장을 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신문의 1면에는 과거 대한문 앞에서 열었던 탄기국의 집회 사진 위에 붉은 글씨로 “촛불은 태극기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는 헤드라인이 달렸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박사모 회장)은 전날 박사모 인터넷 카페에 “신문을 300만부 인쇄했다. 조·중·동을 합친 것보다 많은 발행부수다”라며 “이 신문만 모두 배포돼도 우리의 ‘진실 알리기’ 혁명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탄기국 회원인 임철상(63)씨는 “명절보다 진실 전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신문을 배포하려고 왔다”며 “박 대통령 어제 인터뷰를 보고 아내와 함께 울었다. 온 나라가 박 대통령을 공격하는데 우리라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에서도 나와 귀성객들을 상대로 한 선전전에 동참했다.

정의당 당원들은 ‘이제 대한민국에 정의를 권합니다’라는 펼침막을 앞세우고 ‘박근혜-최순실 규탄’과 정경유착 근절 등을 외쳤다.

반면 새누리당 당원들은 역사 안에서 귀성객들을 향해 “죄송하다”며 연신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귀성객들은 퇴진행동의 선전전에도, 탄기국의 선전전에도, 정당의 외침에도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고 나눠주는 유인물만 심드렁하게 받아가는 모습이었다.

한 공간에 상반되는 선전전이 동시에 열리면서 마찰도 빚어졌다. 철도노조가 KTX 정비 외주화를 비판하는 선전전을 벌이자 탄기국 회원 일부가 “여기가 너희 직장이냐. 노란 리본이나 떼라”라고 소리치면서 서로 언성을 높였다. 다만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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