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폐지 주워 ‘사랑의 쌀’ 100포대 기부

10년 폐지 주워 ‘사랑의 쌀’ 100포대 기부

유대근 기자
입력 2017-02-01 01:32
수정 2017-02-0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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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정수묵씨 “굶는 사람 없게”…중학교 장학금 300만원 전달도

폐지를 주워 서울 동작구 신대방1동 주민센터에 쌀을 기부한 정수묵(왼쪽)씨가 지난 19일 쌀 전달식을 한 뒤 김미자 신대방1동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동작구 제공
폐지를 주워 서울 동작구 신대방1동 주민센터에 쌀을 기부한 정수묵(왼쪽)씨가 지난 19일 쌀 전달식을 한 뒤 김미자 신대방1동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동작구 제공
“나도 어렵게 살아 봤지만 못 먹는 것만큼 서러운 게 없다고….”

다리가 불편한 일흔여섯의 노인은 “아픈 몸으로 어렵게 번 돈을 기부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수묵(76·서울 동작구)씨의 얘기다. 정씨는 10년간 동네에서 폐지를 주워 번 돈으로 10㎏짜리 쌀 100포대(200만원어치)를 사 신대방1동 주민센터에 기부했다. 또 현금 300만원은 인근 지역 중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놨다. 폐지를 주워 하루 3000~4000원 버는 게 고작인 그의 벌이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젊은 시절 대형 화물업체에서 일한 그는 2005년 퇴직한 뒤 소일거리 삼아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직업 특성 탓에 다 닳아버린 무릎 연골은 움직일 때마다 찌르르한 통증이 왔지만 집에서 쉬는 건 영 성미에 안 맞았다. 10여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부터 폐지를 주워 목돈을 마련했고 새해를 맞아 오랫동안 생각해 온 기부를 행동으로 옮겼다. “그 돈으로 무릎 수술을 받으라는 주변의 얘기도 있었지만, 이 나이에 수술해서 뭐 하느냐”며 “나와 아내는 집 한 칸 세준 돈으로 먹고살 만하다”며 웃었다.

정씨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아픈 허리를 구부려 가며 온종일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뻔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는 쌀을 기부했으니 또 열심히 폐지를 모아 다음번에는 연탄을 기부하고 싶다”면서 “큰 나눔은 아니지만 내가 땀 흘려 번 돈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7-02-0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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