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위 직원 “말도 안 되는 지시 내린 사람 만나고 싶었다”

예술위 직원 “말도 안 되는 지시 내린 사람 만나고 싶었다”

입력 2017-05-12 14:16
수정 2017-05-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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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조윤선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소회 토로 “김기춘도 현대사 피해자…예술 작품, 편견 없이 볼 날 기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업무를 하는 동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법정에서 털어놨다.

예술위원회 부장 장모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 명령을 최초 수행한 부서장으로 말하고 싶다”며 그간 소회를 토로했다.

장씨는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김 전 실장을 지칭하며 “오래전부터 많이 뵙고 싶었다”며 “하지만 뵙고 싶었던 때는 오늘 이 자리가 아니라 2015년 배제리스트가 한창일 때였다”고 밝혔다.

이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이 지시를 내린 사람을 직접 만나 왜 이것이 말이 안 되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싶었다”며 “아쉽게도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남북분단, 6·25전쟁, 군사독재 시절 등을 언급하며 김 전 실장이 예술작품들을 좌파 성향으로 지목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김 전 실장도 피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없었다면 김 전 실장도 박근형, 이윤택, 고선웅, 한강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이) 박근형의 ‘청춘예찬’, 이윤택의 ‘문제적 인간 연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편견 없이 보실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블랙리스트 업무를 수행하며 고통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려온 지원배제 리스트는 도저히 온전한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조리한 명령이었다”며 부조리한 명령을 실행하기가 너무 힘들고 큰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배제 리스트가 한창일 때 1년간 받은 유일한 지시는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 였다‘며 “한국문화 활성화 방안이나 연극계 활성화 방안과 같은 지시는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였다.

장씨는 또 블랙리스트 업무를 함께 한 예술위원회 직원들과 피해자인 예술인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장씨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일을 하면서 (예술위원회 직원) 여러분이 겪어야 했던 모멸감을 잘 알고 있다”며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위원회는) 산하기관으로 정부가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가야한다”며 “명령이 부당한 경우 70보, 50보, 30보로 줄여 가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우리의 잘못과 슬픔을 잘 알고 있다”며 “예술인 여러분의 양에 차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새롭게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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