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인정’ 허원근일병 부친 “국방부 사과 없이 억울함 안풀려”

‘순직 인정’ 허원근일병 부친 “국방부 사과 없이 억울함 안풀려”

입력 2017-05-18 16:35
수정 2017-05-18 16: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국방부 진실 인정해야…의문사한 군인들 원한 국가가 풀어줘야”

“순직 인정으로 아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었지만, 여전히 억울함은 남아있죠.”

전두환 정권 시절 의문사한 고(故) 허원근 일병이 숨진 지 33년 만에 순직 인정을 받았지만, 허 일병의 부친 허영춘(77)씨는 “아들의 한을 다 풀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허씨는 1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억울함이 풀릴 것도 별로 없다”며 “아들을 죽인 살인자와 아들 사망을 은폐하려 한 사람들이 멀쩡히 지내는데 어떻게 온전히 억울함이 풀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허씨는 “아들의 순직 인정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는 점에서 마음을 조금 풀어준다”면서 “하지만 국방부가 아들 사망의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억울함이 다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국방부에서 또다시 아들이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린 적 있다”며 “사건을 조사한 헌병대와 2002년 자살로 결론 내린 사람들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씨는 “30년 동안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 여의도에서 천막 농성을 수년째 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했다”면서 “아들 순직 인정으로 내 할 일이 다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 수천명이 군에서 의문사했다”며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 전 꿈을 꿨는데 넓은 광장에 수백명의 군인들이 일렬로 도열해 나한테 경례를 했다”면서 “이제 내 아들 한 사람의 순직이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 숨진 군인들의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허씨는 “아들이 사망했을 때 검시를 한 법의학자를 18년 만에 만나 이야기를 한 적 있다”며 “그 법의학자는 사건 당시 자살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법의학자가 자살이라는 말도 안 했는데 자살로 만든 일”이라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의학자가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불안한 마음으로 군대에 자식을 보내는 부모들을 위해 검시관 제도를 올바르게 바꿔야 한다”며 “법의학자가 수사 과정에서 바른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억울하게 죽은 군인들의 원한이 세상에 남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아들의 죽음을 자살로 몰고 간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