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호재판 잘 넘겼어도…대법 “폭력 남편은 형사재판 대상”

가정보호재판 잘 넘겼어도…대법 “폭력 남편은 형사재판 대상”

입력 2017-09-03 11:06
수정 2017-09-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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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 없었다면 일사부재리 원칙 어긋나지 않아”…남편 벌금형 확정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편이 ‘가정보호재판’에서 특별한 처분에 처하지 않는 결정을 받아도 이후 별도의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정보호재판이란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처벌 대신 접근금지·친권제한 등 보호 처분을 내리는 제도로 1997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2015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가정보호 사건은 2만131건에 달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부인을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기소된 남편 박모(47)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박씨는 2012년 부부싸움 중 부인을 넘어뜨린 뒤 머리를 눌러 이마 등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그를 형사재판 대신 가정보호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2013년 양측 화해에 따라 아무 처분을 하지 않는 불처분 결정을 내렸고 이 결과는 불복 없이 확정됐다.

그러나 부인은 2014년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과거 문제가 된 2012년 폭행 건으로 박씨를 다시 고소했고 검찰은 “증거는 없지만, 이후에도 폭행을 당했으며 처벌을 원한다”는 부인의 의견에 따라 그를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동일 사안으로 두 번 재판받을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법정공방을 벌였으나 1·2심은 물론 대법원도 그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가정폭력처벌법은 보호 처분이 확정된 경우 같은 범죄사실로 기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나, 불처분 결정이 확정됐을 때는 일정 경우 공소가 제기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며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부인이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고소를 남발했다고 항변했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는 검찰 수사와 가정보호사건 기록 검토 결과 등에 근거해 국가 형벌권 실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벌금형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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