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것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선택해서 위대”

“위대한 것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선택해서 위대”

이성원 기자
입력 2017-10-15 22:44
수정 2017-10-1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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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시민참여단 활동 폐회식

김지형위원장 “고뇌끝 의견 소중…이제 화합·상생의 길 걸어가야”
공론화위 “숙의과정 뜻깊고 공정…회의적이었던 초기와 달리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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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형 공론화위원장  연합뉴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
연합뉴스
“(시민참여단)여러분이 성심과 성의를 다해 고뇌에 찬 판단 끝에 건네주신 의견이 훼손되지 않도록 더욱 각별한 마음으로 소중히 전하겠다. 여러분은 위대한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선택한 것이기에 위대한 것이다.”(김지형 공론화위원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제 선택과 반대 결론을 내려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도 주변에 확실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동의한다고 합니다.”(시민참여단 조원영씨)

신고리 5·6호기 운명을 결정지을 시민참여단의 활동이 끝난 15일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폐회식에서 “우리 사회는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을 애타게 기다렸고, 그 선택을 존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제 남은 일은 우리 사회가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을 존중해 화합과 상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민참여단의 선택을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공식 일정이 끝난 뒤 공론화위는 3·4차 조사의 설문 문항을 공개했다. 공론화위는 앞선 조사와 달리 4차 조사에서 ‘모든 것을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양측 의견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을 전제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와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했다. 또 건설 중단 또는 재개에 대한 최종 결과가 본인 의견과 다를 때 이에 대해 얼마나 존중하느냐고도 물었다.

이날 언론 인터뷰에 응한 7명은 대체로 공론화 과정은 공정했으며, 숙의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했다. 나민호(35)씨는 “공론화 과정 참여 초기엔 회의적이었지만, 오리엔테이션 때 500명 가까이 참여해 기뻤고, 종합토론회에도 471명이나 참여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시민참여단 중 최고령인 김경애(82) 할머니는 “토론을 통해 자유롭고 솔직하게 서슴없이 자기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며 “공론화 의미가 헛되지 않길 바라고 좋은 선택을 했다고 미래세대에 박수받고 싶다”고 밝혔다.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기도 했고 더 확고해지기도 했다. 김용혁(52)씨는 “종합토론회에 참여할 때 어느 쪽을 선택할지 마음먹고 왔지만, 어제 잠들기 전 그 생각이 반대로 바뀌었다”며 “질의응답 등을 통해 잘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에서 지리·환경을 교육하고 있다는 송호열(58)씨는 “양측이 제공하는 자료 중 사실을 왜곡하는 것도 굉장히 많았고, 이를 물었음에도 답변이 돌아오지 않아 기존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말했다.

공론화위가 토의장 밖 복도에 붙여 놓은 ‘질문 주차장’ 벽보에는 시민참여단이 건설중단·재개 양측에 물어보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풍력해상 설치 시 물고기의 환경변화에 따른 피해 대책은’, ‘신고리 5·6호기는 가장 안전하게 설계됐다고 한다. 만약 큰 지진이 나면 그 전에 만든 발전소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5·6호기가 있어도, 없어도 피해가 생기는 것 아닌가’, ‘핵폐기물 저장용 택지 확보가 가능한가. 만약 못 구한다면 계획은’ 등의 질문이었다. 시민참여단의 깊은 관심과 고민을 보여 주는 질문들이라는 평가다.

천안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7-10-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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