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권위 “미혼모 상담 공간·안내서 구비하라” 권고
예비 미혼모 A씨는 복지 지원을 문의하러 서울 시내 한 동주민센터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공개된 장소임에도 담당 공무원이 주변 사람에게 다 들리도록 “미혼모라고요?”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 그는 섣불리 공공기관을 다시 찾을 용기를 내기 어렵다.우리 사회 미혼모(부)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동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서울시장에게 미혼모(부) 인권 보호를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위원회는 서울시장에게 ▲ 미혼모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사생활이 보장되도록 상담 공간 재정비 ▲ 예비 미혼모(부) 안내서를 구비 ▲ 공무원의 미혼모 지원 능력과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전문 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미혼모(부)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고자 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듣고, 전문가·공무원과 연석회의를 열어 관련 문제를 살펴왔다.
위원회는 “미혼모가 임신 사실을 안 뒤 사회의 도움을 얻고자 처음 방문하는 곳은 동주민센터”라며 “사회적 약자가 가장 먼저 접근하는 기관임에도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미혼모냐며 되묻거나, ‘애를 낳고 오라’거나 ‘아직 어린데’라는 부정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신상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은 미혼모(부) 외에도 경제적 곤란이나 장애로 도움을 청하러 온 이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동주민센터에 상담실이 없거나 있더라도 다른 용도로 쓰여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회적 약자의 사생활을 지켜줄 수 있도록 별도의 상담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 산하 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각종 지원정책을 소개한 안내서를 만들었지만 동주민센터에 제대로 비치돼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위원회는 지원 안내서를 눈에 잘 띄도록 비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동주민센터 공무원은 최일선에서 주민의 삶을 살피는 파수꾼”이라며 “공무원에게 소수자 인권 교육과 미혼모 지원 정보 숙지 직무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