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 허술 징후 무시하지 않았으면 아이들 살았을 것”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의 원인이 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밝혀진 12일 유족들은 “감염관리가 허술한 징후가 누적됐음에도 의료진이 신호를 무시한 탓에 아이들이 사망했다”며 분노했다.이날 유족 대표 조모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전에 서울경찰청으로 가서 광역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을 만나 사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씨는 “사건 이후에 언론이나 학계에서 ‘약물 과다 등 투약 실수’ 또는 ‘균·바이러스 감염’ 중 하나로 원인을 추정했었는데, 균 감염으로 드러났다”면서 “결국 실수가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감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 결과 사망한 아이 4명 모두에게서 로타바이러스가 나왔다”면서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와 합쳐보면 결국 당시 입원해 있던 환아 16명 중 13명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생존 환아 중에도 장구균 감염으로 패혈증 진단을 받은 아이가 있는 등 감염관리가 허술한 징후는 누적되고 있었다”면서 “병원이 한 번이라도 ‘지금 감염관리에 자꾸 실패하고 있으니 강화하자’ 해서 소독 등에 만전을 기했다면, (사망한) 아이들이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의사협회나 학회에서 내는 기사를 보면 ‘의료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내용이 있다”면서 “아이가 4명이나 숨진 것에는 물론 제도적 문제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잘못이 있다. 엄정한 수사에 따라 잘못한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씨는 “의료진은 아직 단 한 번도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오늘도 경찰청에서 병원 측이 ‘죄송하다’며 입장을 밝힌 기사를 봤는데, 대체 왜 사과를 우리에게 하지 않고 기사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병원 측 행정 책임자가 연락이 와서 ‘인사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이 시점에 의료진도 아닌 행정 책임자가 연락한 걸 보니 합의 얘기를 꺼낼 것 같아서 거절했다”면서 “이제야 사인이 밝혀졌다. 유족들은 누구의 책임이었는지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향후 시스템 전반이 고쳐지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