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방침→청와대 진화→협의 후 결정…폭락→회복→조정 반복거래소 “정부 대책 발표마다 접속자 오히려 폭증…시장 과열 부추겨”
정부가 가상화폐(암호화폐) 규제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가상화폐의 가능성을 믿고 ‘장투’(장기 투자)하던 투자자조차 정부 대책발표 이후 시세가 널뛰기하는 현상이 초래되자 상당수가 ‘단타’(단기 투자)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가상화폐의 병폐로 지목된 ‘투기 과열’을 정부가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여름 지인에게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블록체인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가상화폐의 발전 가능성을 공부한 뒤 ‘맏형’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을 샀다.
그 뒤론 시세가 변동하는 건 거들떠보지도 않고 며칠에 한 번 정도 흐름만 확인하는 정도로 장투에 들어갔다.
작년 7월과 9월 대폭락 때도 개의치 않던 A씨는 그러나 올 1월 정부 대책발표 이후 급락하는 시세를 경험한 뒤엔 비트코인을 모두 판뒤 단기간 사고 팔고를 반복하는 단타로 전략을 바꿨다.
A씨는 “단타로 전환한 뒤엔 온종일 시세 차트를 지켜보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라며 “갑자기 정부 대책이 튀어나와 가상화폐가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될까 봐 밤에도 잠을 설친다”라고 전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중앙집권화한 기존 화폐나 은행권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개념”이라며 “수가 한정돼 있고, 바탕 기술의 활용 가능성 때문에 몇 년 뒤엔 훨씬 더 가치가 오를 것이라 판단해 장기 투자를 시작했는데 정부 대책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오히려 단투에 빠져버렸다”라고 덧붙였다.
공무원 B씨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방침 발표 직후 가상화폐 가격이 20% 이상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뒤로는 불안해서 시도 때도 없이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B씨는 “정부가 가상화폐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걸 보면, 처음엔 김프(한국 시세 프리미엄)가 문제라고 했다가 나중엔 투기 과열이 문제라고 말을 바꾸더니 이젠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도박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 논리도 없다”라며 “김프가 문제면 거래소를 규제해 바로 잡으면 되고, 단타로 인한 투기 과열이 문제면 거래세를 매기면 될 것을 거래 자체를 막으려 하다니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먼저 문제점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가상화폐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사연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정부가 각종 규제에 들어가고, 결국 사람들이 코인 시장에서 나가면 그때 폐쇄할 것”이라며 “존버(장기 투자)는 옛날 말이고, 단타나 치다가 해외시장으로 가든지…”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투자자는 “장투에 답이 있다고 믿었지만 (정부 대책발표 이후) 큰 시세변동이 예상되는 때 (나도)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사들이게 되지 않을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라고 했다.
‘정부 규제와 흔들기 때문에 결국 단타족들만 배를 불린다’라는 지적도 눈에 띈다.
정부의 규제 대책 관련 발표 때마다 오히려 거래소 접속이 폭증하는 등 시장 과열이 심화하는 아이러니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정부 발표가 나오면 오히려 접속자나 신규 가입 문의 등이 폭증한다”라며 “거래소는 과열된 시장을 누그러뜨리려 신규 가상화폐 상장 금지, 자산 안전장치 마련, 자극적인 마케팅 금지 등 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정부 발표가 오히려 자극제가 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책발표 이후 가격 변동이 심화하자 장기 투자하던 회원들이 단타로 돌아서는 사례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거래소도 시장의 문제점을 인식, 대안을 찾기 위해 자율적인 규제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