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과 다른 판단…‘부정한 청탁’할 현안 유무에서 판단 갈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선고공판이 열린 13일 오후 뇌물공여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이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롯데 측에 K스포츠재단 지원을 강요했고, 신 회장 측에서는 롯데의 면세점 특허 재취득 등 부정한 청탁과 함께 재단을 지원했다는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후원금 16억여원을 놓고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2심 법원의 판단과 대비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롯데의 70억원 지원과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금은 공소논리가 비슷하다. 기업 총수가 사업 편의를 봐 줬으면 좋겠다는 묵시적 내지 명시적 청탁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최씨가 깊이 관여한 기관·단체에 거액을 지원한 사건이다.
검찰과 특검은 둘 모두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에게 직접 금품이 건네진 게 아니라 제3자에 해당하는 법인에 돈이 흘러갔지만 부정한 청탁 관계에서 빚어진 금품거래라는 게 공소논리였다.
가장 큰 쟁점은 실제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에서는 삼성이 최씨 측에 금품을 지원할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판단이 나왔다.
삼성이 부정한 청탁을 한 동기라고 특검이 봤던 경영권 승계라는 경영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항소심 판단이었다. 이는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묵시적 청탁은 있었다는 이 부회장의 1심 판결 내용을 뒤집는 것이기도 했다.
반면 신 회장과 최씨의 1심 판결에서는 부정한 청탁을 할 경영 현안이 존재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호텔롯데를 통한 지주사 전환을 그룹 역점 현안으로 두고 있던 롯데는 면세점 사업 특허를 다시 얻어야 했고, 이를 신 회장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논의했으며 안 전 수석의 보고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롯데의 현안으로 인식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롯데의 면세 특허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안 전 수석에게서 여러 차례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다”면서 “신 회장 역시 대통령의 영향력이 롯데에 유리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을 주된 고려요소로 삼아 K스포츠재단 지원 결정을 했던 것으로 충분히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신 회장의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이상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면세점 탈락 후 특허 재취득이 절실했던 신 회장의 입장에서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신 회장과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롯데의 70억 제공 행위에 대해 “면세점 특허를 얻으려는 롯데의 경쟁기업들은 물론 정당하게 인허가를 받으려는 기업들에 허탈감을 주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양형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처하면 어떤 기업이라도 경쟁을 통과하기보다 뇌물을 주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최상위인 대통령과 재벌 총수 사이에서는 뇌물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법원은 신 회장이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의 뇌물을 K스포츠재단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함께 권한을 남용해 롯데 측에 지원을 강요한 점도 유죄로 봤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서원의 요청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3월 신 회장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하남 체육시설 건립 자금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날 1심 법원은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신 회장은 롯데 경영비리 사건과 관련해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고, 작년 12월 22일 1심에서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판결로 한숨을 돌렸던 신 회장은 결국 2개월 만에 국정농단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