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충돌로 참사 막은 의인, 처벌 대신 신차 선물 받아

고의충돌로 참사 막은 의인, 처벌 대신 신차 선물 받아

김학준 기자
입력 2018-05-14 23:08
수정 2018-05-15 02: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의식 잃은 고속道 운전자 발견, 자신 차량으로 주행 막고 구해

현대차, 파손 고려해 차량 제공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멈춰 세우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내 대형 교통사고를 막은 한 시민의 용기 있는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천경찰청이 14일 공개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는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나들목 전방 3㎞ 지점에서 시작됐다. 정모(54)씨는 코란도 차량을 몰다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정씨는 의식을 잃었지만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었기에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1.5㎞가량 계속 진행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한영탁(46·크레인기사)씨는 정씨가 의식을 잃은 채 운전석에 쓰러진 모습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몰던 투스카니 차량 경적을 울리며 정씨를 깨우려 노력했다. 그러나 정씨가 반응이 없자 한씨는 자신의 차량 속도를 높여 정씨 차 앞으로 간 뒤 정지해 정씨 차가 자기 차량을 들이받고 멈춰 서도록 했다.

정씨 차에 받힌 한씨의 차는 충돌 후 2∼3m 앞으로 밀려갔다. 한씨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정씨는 가속페달을 계속 눌렀기 때문이다. 수초 후 두 차량이 모두 정지하자 한씨는 급하게 차에서 내려 정씨를 깨우기 위해 소리쳤지만 반응이 없었다.

한씨는 옆 차로에서 운행하던 화물차 운전자에게 망치를 빌려 창문을 깬 후 정씨를 차 밖으로 옮겨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고를 막았다. 평소 지병이 있는 정씨는 사고 전날 과로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현재는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씨의 기민한 대처가 없었다면 고속도로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촉발하는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씨를 입건하지 않기로 했으며, 현대자동차는 자사 브랜드의 한씨 승용차가 파손된 점을 고려해 한씨에게 2000만원 상당의 신형 차량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2018-05-15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