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서린 옛 골목 허물고 주상복합…‘피맛골 전철 밟을라’ 반발

추억 서린 옛 골목 허물고 주상복합…‘피맛골 전철 밟을라’ 반발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20 11:21
수정 2019-01-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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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공구 거리 철거 본격화·노포 골목도 수순…최고 26층 주상복합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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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재개발 중단’
곳곳에 ‘재개발 중단’ 16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일대에 재개발 반대를 촉구하는 손팻말이 놓여 있다. ‘공구 거리’를 포함한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올 초부터 본격화하면서 인근 지역의 재개발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공구 거리 외에 을지면옥, 양미옥 등 역사가 깊은 유명 맛집들이 재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철거가 본격화하면서 일대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9.1.16 연합뉴스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반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공구상과 노포 등이 밀집한 이 지역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두고 서울의 대표 맛집 골목이었다 재개발로 사라진 종로 ‘피맛골’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청계천·을지로 공구 거리 철거…을지면옥 등 노포도 수순

20일 서울시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는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으로 지정돼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애초 세운상가 좌우로 길게 이어진 지역을 8개 구역으로 나눠 전면 철거한 후 재개발할 계획이었으나 박원순 시장 재임 후인 2014년 171개 중·소규모 구역으로 쪼개 점진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무분별한 재개발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올 초부터 공구상이 밀집한 3구역 철거가 본격화하면서 다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해당 구역은 3-1·4·5 구역으로 작년 10월 관리처분인가가 나면서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시행사인 한호건설은 이곳에 최고 26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인근 3-2구역도 철거 위기에 처했다. 을지면옥, 안성집 등 유명 맛집이 속한 이 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보상절차를 앞두고 있다. 해당 구역 내 땅 소유주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고, 보상이 완료되면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철거가 진행된다.

을지면옥을 비롯한 일대 땅 소유주 14명은 재개발에 반발하며 2017년 7월 중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사업시행인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런 사실이 최근 뒤늦게 조명받으면서 비판 여론에 불이 붙었다.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인과 예술가들이 조직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지난 8일에 이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계천 일대 공사를 중단하고, 중구청과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2주간 받은 시민 2만1천명의 재개발 반대 서명을 중구청과 서울시에 전달했다.

청계천 상권수호 대책위원회는 18일 ‘재개발 반대 집회’를 열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내 한 부분을 공구특화지역으로 지정, 개발해 공적 분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도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을지면옥 소식이 알려진 후 민원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 수십년 터전 떠나는 소상공인…서울시 대책 ‘고심’

도심 철거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 따르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4·5 구역 상인 400여명 중 10% 이상이 폐업했다. 폐업하지 않은 상인들이 주변에서 새 점포를 찾다 보니 세운상가와 종로 등 인근 지역에서는 수천만원의 권리금이 생겨났다.

경실련 조사에서도 시가 지원하는 임시영업장에는 기존 세입자의 20%만 들어갈 수 있다 보니 이 구역 임차상인의 재정착률은 15%에 그쳤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박은선 활동가는 “이 지역에는 철공소, 공구상가, 인쇄소, 전자상가 등이 퍼져 있는데 공구상가를 철거하면 팔, 다리를 자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역을 떠받치는 시스템을 부수는 셈”이라고 말했다.

피맛골처럼 옛 정취를 담은 골목이 사라질 지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의 대표 선술집 골목으로 6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피맛골은 재개발 계획에 따라 2004년 철거되기 시작했다. 철거 부지에는 2007년 20층 주상복합건물 르메이에르가 들어섰고, 이후 한일관·청진옥·청일집 등 터줏대감격인 식당들이 차례로 자리를 옮겼다.

을지면옥, 양미옥, 안성집 등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속한 식당들도 개발이 완료되면 피맛골 노포처럼 주상복합건물에 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다.

을지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재윤(43) 씨는 “피맛골 식당들도 이전하고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을지로 단골집들도 그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피맛골 재개발이 끝나고 주상복합 1층 아케이드에 이쁘게 입점한 청진옥을 찾아갔을 때의 당혹감을 다시한번 느끼겠군’(elli******), ‘피맛골을 보면서 배운 게 없는 건가’(find****)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뮌헨호프가 있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 역시 재개발 바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곳은 수표 도시환경정비사업 대상지에 속했다. 2023년 개발이 완료되면 최고 24층 건물이 들어선다.

관할 중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정비 계획의 밑그림을 바꿔주지 않으면 우리는 절차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준비 중인 종합 대책에 기존 재정비 계획의 수정안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쇄업, 공구상가 등 도심산업 근거지를 없앤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조만간 새로운 대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중 지역 활성화 방안과 상인 영업 대책 등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공공임대상가 공급, 도심산업육성 계획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시행인가 전이나 진행이 더딘 일부 구역은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미 이 일대에서 10년 이상 재개발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수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서울시가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주거 비율을 60%에서 90%로 올리기로 한 만큼 당장 계획 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맹훈 서울시도시재생본부장은 “지주, 상인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구역별로 (재정비) 진행 상황이 다른 만큼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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