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똑같이 일했는데… 관리자 승진한 여성은 ‘0’

20년 똑같이 일했는데… 관리자 승진한 여성은 ‘0’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9-19 17:58
수정 2019-09-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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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반도체 기업 KEC에 시정 권고

남성은 56명 전원 관리자급으로
여성은 시작부터 가장 낮은 등급

사측 “여성은 단순 반복작업” 주장
실제 생산직 근무 남녀 구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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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재직한 생산직 여성들은 모두 사원 직급에 머무르고 있으나 남성들은 모두 관리자급으로 승진한 반도체 기업 KEC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2월 진정을 제기했던 금속노조 KEC 지회는 인권위 조치를 반기며 법적 소송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9일 KEC에 대한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 회사에서 20년 이상 재직한 생산직 노동자 108명 중 여성 52명은 모두 사원급(J1, J2, J3)이었지만, 남성 56명은 모두 관리자급(S4,S5,M,L)이었다. 생산직 전체(353명)를 따져 보면 여성 151명은 100% 사원급이었지만 남성은 203명 가운데 182명(90.1%)이 관리자급이었다.

2010년 이후 신규 채용된 181명 가운데 남성은 관리자급 83명, 사원급은 35명이었으나 여성은 관리자급이 5명에 불과했고, 58명이 사원급이었다. 또 남성들은 전부 J2등급 이상으로 근무를 시작했지만, 여성들은 입사 때 J1등급이 부여된 것으로 조사됐다.

승진과 채용 당시 등급 차별은 임금 차별로 이어졌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J1 등급의 기본급은 70만 5430원이고 S4등급의 1호봉 기본급은 88만 2500원”이라면서 “생산직군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별 등급”이라고 지적했다.

KEC 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생산직 제조 업무 중 현미경 검사 등 세밀한 업무에 여성 노동자를 많이 채용했는데 숙련도가 필요 없는 단순 반복 작업이어서 생산직 중 가장 낮은 등급을 부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관리자는 전체 공정의 이해와 함께 설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하고 무거운 장비를 다뤄야 해 ‘체력이나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겸비한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승격에 유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KEC 생산직 중 제조 직렬은 남녀 구분없이 3조 3교대로 운영되고, 출하 및 품질관리 직렬 근무자도 제조 직렬에서 순환 근무를 해 생산직 남녀 근로자들의 작업 조건이나 책임, 노력 정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인권위는 사측이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 반복 작업에 적합’하거나 ‘위험하고 무거운 부품을 관리하는 업무는 담당하기 어렵다’는 성별 고정관념 및 선입견에 기인해 여성 노동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종희 금속노조 KEC 지회장은 “남녀 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그간 준비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임금 청구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09-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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