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000명이 접경지 150곳 샅샅이 훑고도…대북전단 50만장 ‘뻥 뚫린 감시망’

경찰 2000명이 접경지 150곳 샅샅이 훑고도…대북전단 50만장 ‘뻥 뚫린 감시망’

입력 2020-06-24 02:16
수정 2020-06-24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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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살포 선제차단 실패한 군경… 정부 “北으로 넘어간 것 없다”

탈북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한밤 살포’
“경찰 추적 피해 아주 어두운 곳서 뿌려”

통일부 “남북 간 긴장 고조” 강한 유감
北 아닌 홍천 야산서 발견된 ‘대북전단’
北 아닌 홍천 야산서 발견된 ‘대북전단’ 탈북민 단체가 지난 22일 밤 보낸 대북 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오전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대북 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공언했던 군과 경찰의 감시망이 뚫렸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홍천 연합뉴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2일 밤 대북 전단 50만장을 기습 살포했다고 23일 밝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겠다던 군과 경찰의 감시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탈북민 단체의 이러한 행위가 남북 긴장 관계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일부 역시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북측 지역으로 넘어간 전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단체 소속 6명의 회원이 22일 밤 11~12시쯤 경기 파주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북 전단 50만장 등을 20개의 대형 애드벌룬(풍선)에 실어 북한에 기습 살포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전단 외에도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SD 메모리카드 1000개도 실어 보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경찰의 감시를 피해 아주 어두운 곳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며 “나는 경찰이 계속 추적하기 때문에 아마추어 회원들을 교육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풍선에 주입할 수소가스를 경찰에 빼앗겨 17배나 비싼 헬륨가스를 구입해 풍선을 띄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21일 파주에서 대북 풍선 제조에 쓰는 수소가스통 20개를 압수한 바 있다.

이 단체가 띄운 대북 풍선 일부는 이날 오전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근처 야산에서 발견됐다. 경기 파주에서 동남쪽으로 약 70㎞ 지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풍선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일성 전 주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3명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과 비닐봉지에 담긴 전단이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나뭇가지에 걸린 풍선을 본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풍선과 전단을 수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 결과 전날 탈북민 단체가 살포한 대북 풍선으로 파악됐다”면서 “수거된 전단 등에서 지문 등을 감식해 살포 행위자를 찾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던 군과 경찰이 감시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전단 중단을”
“대북전단 중단을” 접경지역 12개 시·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들이 23일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 안전과 군사 긴장 해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전방 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특별한 동향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이날 오전 박 대표가 입장문을 내기 전까지 전단 살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지역에서는 민간단체 전단 살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곳은 군사 지역이 아니므로 군 당국의 감시 지역이 아니라는 게 군의 입장이다. 전단이 실제 민통선을 넘어갔더라도 육안으로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단은 군 감시 레이더로도 포착되지 않아 높이 떠오르면 사실상 발견이 어렵다. 경찰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전단 살포 행위를 적극 제지, 차단하겠다”며 “(대북 전단 살포 예상 지점은) 어림잡아 100여곳 이상인데 최대한 가용 가능한 경찰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경찰은 50만장을 살포했다는 박 대표의 주장이 과장되거나 사실과 거리가 먼 일방적인 입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 대표와 그의 동생인 박정오 큰샘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주거지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회원들을 시켜 풍선을 날렸다고 하지만 훈련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고압가스를 다루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비용 면에서도 헬륨가스 1통 가격이 50만원이고 풍선 1개를 띄우는 데 2통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박 대표 주장대로 20개의 풍선을 띄웠다면 2000만원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풍선 1개에 매달 수 있는 전단지는 9000~1만장 정도여서 50만장을 살포하려면 최소 50개의 풍선, 즉 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4148만원의 기부금을 모금해 4033만 9700원을 사용했다.

이날 경기도는 대북 전단 살포 단체 4곳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사 의뢰 대상 단체는 자유북한운동연합, 순교자의 소리, 큰샘,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등이다. 통일부와 서울시에는 이들 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 취소 등을 요청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0여명으로 구성된 수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박 대표 형제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이 남북교류협력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옥외광고물관리법 등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일부는 박 대표의 주장에 대해 “정황상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지난 22일의 풍향과 박 대표 측의 구매 내역 등을 감안하면 홍천에서 발견된 풍선 1개 외에 북측 지역으로 이동한 전단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 측이 수소가스 확보가 어려워지자 풍선 1개를 부양할 수 있는 수준의 헬륨가스만 구매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통일부는 “박 대표가 대북 전단 살포 시도를 지속하고 허위 사실로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킨 데 대해 엄중 대응할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로 우리 정부의 대북 전단 방조를 비난하고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대남 전단 살포 계획을 승인해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될 수 있다”며 “단속과 저지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국회에서 처벌 특별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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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20-06-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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