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예방경찰관 손병도·박수정 경위
학구열 높은 곳은 교육 방식 두고 다툼때리지 않고 일상 속 방치만 해도 해당
연간 1인당 500건 신고 담당 어려움 커
가정 내 학대는 범죄… 국가 개입 필요

손병도 경위
서울 노원경찰서 손병도(48) 경위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가운데 학대예방경찰관(APO)으로 일하고 있는 손 경위와 도봉경찰서 박수정(45) 경위를 만나 실제 학대 아동을 마주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들었다. APO는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 가정폭력 사건을 총괄하고, 학대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찰이다. 학대 위험 아동에 대해 정기 모니터링과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한다.
이들은 “아동학대는 언론에 보도되는 심각한 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방임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손 경위는 “부부싸움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더니 집에 온갖 짐이 널브러져 있고, 어린 아이들이 완전히 방치돼 있었다”면서 “결국 1년 뒤 비슷한 신고가 또 들어와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됐다”고 말했다.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공부를 안 한다”며 아이를 때리거나 부모가 교육 방식 때문에 다투면서 아이에게 욕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박수정 경위
가장 큰 어려움은 소수 인원이 수많은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박 경위는 “가정폭력을 포함한 연간 담당 신고가 인당 500건”이라고 했다. 그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식의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아동은 그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생존이 위협받는 만큼 아동학대 신고 가정에 대해 더 활발히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손 경위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전날 접수된 사건 중 모니터링하던 가정이 있을까 봐 마음을 졸인다”면서 “팀원도 5~6명에 불과해 1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반복되는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이들은 국가가 더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경위는 “아동학대는 초기에 강력 대응해야만 재발이나 신고 건수가 줄어든다. 가정 내 학대도 범죄라는 걸 더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6-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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