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모임 금지에 썰렁… 선물용 사과 주문도 없어요”

“설 모임 금지에 썰렁… 선물용 사과 주문도 없어요”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2-08 20:58
수정 2021-02-0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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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대목 사라진 전통시장 상인들

“사과 2500상자 남아 약 5000만원 손해”
“주말도 사람 없어… 떡 생산량 40% 줄여”
“한과 안 팔려 새벽 3시까지 타코야끼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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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에서 월드컵시장상인회 관계자가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설 연휴에도 적용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에서 월드컵시장상인회 관계자가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설 연휴에도 적용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
“올해 설은 정말 최악이에요.”

설 연휴를 사흘 앞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영등포청과시장에서 만난 도매상 박인천(58)씨는 상점 안에 수북이 쌓여 있는 사과 상자 개수를 하나씩 세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박씨는 농협에 계통출하(농어민이 협동조합 유통체계를 통해 생산물을 판매하는 것)된 사과, 배 등을 위탁 판매한다. 상점에는 열흘 전인 지난달 29일쯤 사과 상자 4000여개가 들어왔지만 절반 이상 그대로 남아있다.

박씨는 “예전 같으면 지금쯤 500여 상자만 남아있어야 하지만 올해는 안 팔린 사과가 2500여 상자가 넘는다”라며 “이대로라면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5000만원 넘게 손해 보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정부가 이번 설 연휴 기간(11~14일)까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적용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지역 간 이동 자제’를 권고했던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설 상차림에 필요한 식재료와 음식을 파는 상인들 사이에서도 이번 설 대목은 실종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등포청과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박기수(50)씨는 “원래는 명절 때마다 지방에 있는 중·도매상들한테 10㎏짜리 선물용 사과 상자 200~300개를 주문받아 판매했는데 올 설에는 안 팔릴 것 같아 아예 주문을 안 했다”며 “청포도 등 제철 과일만 팔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떡 가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등포구에 있는 한 전통시장에서 3년째 떡 가게를 운영 중인 문모(35)씨는 “새해 첫날 준비한 떡의 70% 정도만 팔린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까지 감안해 이번 설 연휴에는 떡 생산량을 지난해의 60% 정도로 줄였다”면서 “원래 명절 연휴 전 주말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시장에 사람이 정말 없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에 있는 한 한과 상점에는 보자기로 포장된 선물세트가 판매되지 않은 채 매대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가게 주인 강모(59)씨는 “한과는 기온이 높으면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겨울 농사’ 품목에 해당한다. 주력 상품인 선물세트 주문 판매가 가게 매출의 80~9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데 올해는 지난해 설보다 판매량이 60~70% 줄었다”면서 “지금은 살길을 찾으려고 타코야끼까지 만들어 가게 문을 새벽 3시까지 열고 포장 판매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02-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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