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던 내 공무원 추억이”…옛 청사 향나무 훼손에 충남도 허탈

“젊었던 내 공무원 추억이”…옛 청사 향나무 훼손에 충남도 허탈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1-02-26 15:51
수정 2023-03-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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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적 의미까지 싹뚝 자른 무식한 짓입니다. 옛 충남도 청사지만 대전시 역사와 함께한 향나무이기도 하고요”

충남도 한 공무원은 최근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 울타리 향나무를 훼손했다는 소식에 “도가 대전에 있을 때 한번 불 탄 적이 있는데 청사를 떠난 뒤 또 훼손됐다니 가슴이 더 아프다”면서 “젊었을 적 공무원시절 추억의 한자락이 잘려나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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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대전시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모습. 도청이 2012년 말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뒤 임대 중인 대전시가 남쪽(아래쪽) 울타리 향나무들을 잘라내 도 공무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1970년대 대전시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모습. 도청이 2012년 말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뒤 임대 중인 대전시가 남쪽(아래쪽) 울타리 향나무들을 잘라내 도 공무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1970년대 대전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모습.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축물로 영화 및 드라마 촬영 장소로 자주 쓰인다. 충남도 제공
1970년대 대전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모습.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축물로 영화 및 드라마 촬영 장소로 자주 쓰인다. 충남도 제공
2012년 말 정든 대전 청사를 떠나 1시간 30분 거리의 충남 홍성·예산 내포신도시로 이전한지 9년 만에 들려온 향나무 훼손 소식에 충남도 공무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유주인 도의 의견과 행정 절차 등을 무시한 대전시의 행위에 분통도 터뜨렸다.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 청사를 둘러싸고 있는 향나무 울타리 가운데 남쪽 103m에 심어진 128 그루를 베어내고 44 그루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는 등 172 그루를 훼손했다. ‘지역거점별 소통협력 공간’을 만드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대전 시민들도 울타리 바깥에 높이 친 공사 판넬이 가려 모르고 있다 최근에야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이 향나무들은 1932년 충남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청사 울타리로 심어진 것으로 수령이 90년 안팎에 이른다. 공주 청사에서 옮겨온 나무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 충남에서 광역시로 분리돼 6대 도시로 급성장한 대전시의 역사를 줄곧 지켜본 명물 향나무들이어서 대전 시민의 사랑도 무척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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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무단 훼손한 옛 충남도청 남쪽 울타리 향나무. 충남도 제공
대전시가 무단 훼손한 옛 충남도청 남쪽 울타리 향나무. 충남도 제공
특히 대전 청사에서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한 중장년 충남도 공무원의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2006년 11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대가 화염병과 횃불을 던져 정문 좌우(청사 동쪽) 향나무 140여 그루가 불에 탔을 때의 노력이 이를 반영한다. 정년이 얼마 안 남은 도 공무원은 “도지사가 너무 가슴 아파해 죽은 나무를 살릴 수는 없고, 비슷한 향나무를 구하느라 직원들이 전국을 샅샅이 뒤졌다”면서 “수령이 비슷하면서 위도차가 적어 옮겨도 살릴 수 있는 향나무를 전북에서 겨우 찾아 이식했다”고 회고했다. 나중에 농민단체의 사과와 합의로 끝났지만 도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977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도는 내포 청사로 갈 때 향나무들도 가져가려다 “옛 청사와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이 난다”는 생각에 포기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고, 대전시가 근대문화유산 제18호인 청사 뿐 아니라 향나무도 잘 관리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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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무단 훼손하기 전 옛 충남도청 남쪽 울타리에 심어진 향나무들(사진 아래). 울타리 안에 옛 도의회 청사(아래 왼쪽 흰 건물)와 옛 우체국 등(아래 붉은 지붕 건물)이 있다. 충남도 제공
대전시가 무단 훼손하기 전 옛 충남도청 남쪽 울타리에 심어진 향나무들(사진 아래). 울타리 안에 옛 도의회 청사(아래 왼쪽 흰 건물)와 옛 우체국 등(아래 붉은 지붕 건물)이 있다. 충남도 제공
하지만 이번 일로 충남도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청사를 무상 임대 사용 중인 대전시는 충남도·문화체육관광부와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훼손을 강행했다. 2년 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시민단체 출신 담당 과장은 “행정마인드가 부족했다”고 사과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지난 23일 사과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지만 부장판사 출신인 장동혁 국민의 힘 대전시당위원장이 허 시장과 담당 과장·국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태 진정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옛 충남도 청사와 부지는 문체부가 올해 안으로 도에 잔금 71억원을 지불하면 국유재산이 된다. 아직은 충남도가 소유주이다.

김인우 도 재산관리팀장은 “임차인이 주인 허락도 없이 시설에 손을 댄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높이 3m짜리 향나무 한 그루가 50만원 안팎이던데 옛 도청 향나무는 매년 전지하고 가꿔서 자연상태에서 얼마나 컸을지, 값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며 “다음 주인인 문체부도 원상복구를 요구해 납득할 만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 청사를 떠나 2012년 말 충남 홍성과 예산 경계에 지어 이전한 현 충남도와 충남도의회 청사 모습. 심대평 지사 때 부지 선정, 이완구 지사 때 건축, 안희정 지사 때 개청식이 열렸다. 충남도 제공
대전 청사를 떠나 2012년 말 충남 홍성과 예산 경계에 지어 이전한 현 충남도와 충남도의회 청사 모습. 심대평 지사 때 부지 선정, 이완구 지사 때 건축, 안희정 지사 때 개청식이 열렸다. 충남도 제공
대전·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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