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수교서 실종된 스물넷 해남 청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서울 잠수교서 실종된 스물넷 해남 청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3-25 19:11
수정 2021-03-25 22:5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난 12일 실종된 스물넷 청년 김성훈 씨의 누나가 성훈씨 소유의 차량이 발견된 서울 잠수교에“우리 막둥이 성훈아 지금 밖은 이리 춥고 그러는데 넌 어디서 있길래 휴... 빨리 와주면 좋겠다 다시 돌아와서 누나랑 투닥대면서 예전으로 돌아가자...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 노란색 메모지에 쓴 육필 편지를 써 붙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지난 12일 실종된 스물넷 청년 김성훈 씨의 누나가 성훈씨 소유의 차량이 발견된 서울 잠수교에“우리 막둥이 성훈아 지금 밖은 이리 춥고 그러는데 넌 어디서 있길래 휴... 빨리 와주면 좋겠다 다시 돌아와서 누나랑 투닥대면서 예전으로 돌아가자...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 노란색 메모지에 쓴 육필 편지를 써 붙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아들아, 어디로 간거니. 너가 다시 올까 싶어 메모를 남긴다.”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에는 실종된 스물넷 청년 김성훈 씨를 찾는 가족들이 노란색 메모지 100여장에 쓴 육필 편지가 4~5m 간격으로 빼곡히 붙어있었다. 성훈 씨의 가족은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매일 이곳에 와서 하나하나 써 붙였다.

하지만 애끓는 가족의 외침은 끝내 닿지 못했다. 성훈 씨는 실종된지 17일만인 지난 24일 오전 11시 45분 동작대교 부근 한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성훈 씨의 가족이 성훈씨 차량이 발견된 서울 잠수교에 “성훈아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로 간 거니. 데리러 왔는데 이제 그만 나와주면 안될까. 너가 다시 잠수교로 올까 싶어 메시지 적어서 붙이고 간다. 연락만 해. 어디든 데리러 갈게”라고 써붙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성훈 씨의 가족이 성훈씨 차량이 발견된 서울 잠수교에 “성훈아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로 간 거니. 데리러 왔는데 이제 그만 나와주면 안될까. 너가 다시 잠수교로 올까 싶어 메시지 적어서 붙이고 간다. 연락만 해. 어디든 데리러 갈게”라고 써붙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지난 12일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소속 경관이 인근에 며칠째 정차돼 있던 성훈씨 소유의 흰색 그랜져 차량 안을 수색했다. 조수석 뒷자리에 버너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차량 내부는 물론 근처에 그는 없었다.

다만 차량에 있던 성훈씨의 휴대폰에서 지난 7일 오후 5시 48분쯤 녹화한 1분 5초짜리 셀프 촬영 영상이 발견됐다. 영상에서 성훈 씨는 “엄마 아빠 미안해. 열심히 살아보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 난 그냥 까미 옆에 갈게”라고 말했다. 까미는 성훈씨 가족이 15년간 키운 강아지의 이름이다.

가족은 김씨의 핸드폰에서 성훈씨 명의의 사업자등록증 사진, 휴대폰에 ‘김실장 형’으로 저장된 인물과 나눈 대화를 발견했다. 성훈씨가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도 그였다. 성훈씨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현재 은행권 4곳에 총 4700만원의 빚이 있는데 너무 힘들다’고 댓글을 썼다.
실종된 성훈 씨의 어머니가 서울 잠수교에 “아들아, 김성훈. 작은누나랑 엄마랑 아들 찾고 있는데 연락 좀 해다오.”라고 포스트잇을 써붙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실종된 성훈 씨의 어머니가 서울 잠수교에 “아들아, 김성훈. 작은누나랑 엄마랑 아들 찾고 있는데 연락 좀 해다오.”라고 포스트잇을 써붙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성훈 씨의 고향은 전남 해남이다. 그는 올해 1월까지 광주에서 마트를 돌며 식품을 납품하던 성실한 청년이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지난달 초 전남 해남에서 서울로 올라가 독립하겠다는 선언했다. 이후 어머니 신모(53)씨에게 ‘걱정하지 마. 엄마’, ‘평택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어’, ‘나중에 한번 집 갈게’라는 문자도 보냈다.

시신을 수습한 성훈씨의 누나는 커뮤니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훈이 데리고 해남으로 갑니다. 부모님께선 ‘우리 성훈이 우리 아들 배 많이 고팠을 거라고 맛있는 거 많이 많이 차려줘야한다’고, ‘어서가자 성훈아, 어서 가자’ 하시며 계속 우십니다. 마음이 찢어집니다. 마음이 찢어지는게 이런걸까요”

글·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학생들 휴대폰의 도청앱 설치 여러분의 생각은?
지난 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가 3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아이의 휴대전화에 도청앱까지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이 도청앱의 오남용으로 인한 교권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휴대폰에 도청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남용이 우려된다.
안전을 위한 설치는 불가피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