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지난 12일 실종된 스물넷 청년 김성훈 씨의 누나가 성훈씨 소유의 차량이 발견된 서울 잠수교에“우리 막둥이 성훈아 지금 밖은 이리 춥고 그러는데 넌 어디서 있길래 휴... 빨리 와주면 좋겠다 다시 돌아와서 누나랑 투닥대면서 예전으로 돌아가자...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 노란색 메모지에 쓴 육필 편지를 써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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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에는 실종된 스물넷 청년 김성훈 씨를 찾는 가족들이 노란색 메모지 100여장에 쓴 육필 편지가 4~5m 간격으로 빼곡히 붙어있었다. 성훈 씨의 가족은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매일 이곳에 와서 하나하나 써 붙였다.
하지만 애끓는 가족의 외침은 끝내 닿지 못했다. 성훈 씨는 실종된지 17일만인 지난 24일 오전 11시 45분 동작대교 부근 한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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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씨의 가족이 성훈씨 차량이 발견된 서울 잠수교에 “성훈아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로 간 거니. 데리러 왔는데 이제 그만 나와주면 안될까. 너가 다시 잠수교로 올까 싶어 메시지 적어서 붙이고 간다. 연락만 해. 어디든 데리러 갈게”라고 써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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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차량에 있던 성훈씨의 휴대폰에서 지난 7일 오후 5시 48분쯤 녹화한 1분 5초짜리 셀프 촬영 영상이 발견됐다. 영상에서 성훈 씨는 “엄마 아빠 미안해. 열심히 살아보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 난 그냥 까미 옆에 갈게”라고 말했다. 까미는 성훈씨 가족이 15년간 키운 강아지의 이름이다.
가족은 김씨의 핸드폰에서 성훈씨 명의의 사업자등록증 사진, 휴대폰에 ‘김실장 형’으로 저장된 인물과 나눈 대화를 발견했다. 성훈씨가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도 그였다. 성훈씨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현재 은행권 4곳에 총 4700만원의 빚이 있는데 너무 힘들다’고 댓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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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성훈 씨의 어머니가 서울 잠수교에 “아들아, 김성훈. 작은누나랑 엄마랑 아들 찾고 있는데 연락 좀 해다오.”라고 포스트잇을 써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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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수습한 성훈씨의 누나는 커뮤니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훈이 데리고 해남으로 갑니다. 부모님께선 ‘우리 성훈이 우리 아들 배 많이 고팠을 거라고 맛있는 거 많이 많이 차려줘야한다’고, ‘어서가자 성훈아, 어서 가자’ 하시며 계속 우십니다. 마음이 찢어집니다. 마음이 찢어지는게 이런걸까요”
글·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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