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소방본부는 남구 옥동 공원묘원에 안정된 고 정희국 소방위의 유해를 21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한다고 20일 밝혔다.
정 소방위는 2016년 10월 울산을 덮친 태풍 ‘차바’ 때 동료 소방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정 소방위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로 사망했다’는 점이 인정돼 지난해 5월 인사혁신처로부터 위험직무순직 승인을 받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이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된 첫 사례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1월 정 소방위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고, 국립묘지 안장을 승인했다. 정 소방위의 안장식에는 유족, 소방공무원, 지인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정 소방위는 태풍 차바가 상륙한 2016년 10월 울산에서 “고립된 차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라는 신고를 받고 후배인 고 강기봉 소방교와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구조 출동했다. 두 사람은 범람한 강물에 빠져 전봇대를 붙들고 버티다가 결국 급류에 휩쓸렸다. 이후 정 소방위는 약 2.4㎞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물살에서 탈출했으나 강 소방교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생존한 정 소방위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끝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2019년 8월(당시 41세)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소방관 동료들이 정 소방위 캐비닛에서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강 소방교의 근무복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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