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는 헌신’ 308회… “아픔 1초, 보람 평생”

‘피나는 헌신’ 308회… “아픔 1초, 보람 평생”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21-06-20 21:02
수정 2021-06-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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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성씨, 헌혈로 복지부 장관 표창

친구 아들 백혈병 사망에 사회 봉사 결심
15년째 한 해 최대 24차례씩 참여 이어 가
“몸 허락할 때까지는 계속할 생각”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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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성씨
박준성씨
“주삿바늘을 찌르는 데는 1초도 안 걸리는데 내 혈액이 많은 사람에게 쓰이는 것을 생각하면 보람이 큽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엔진 조립 업무를 맡고 있는 박준성(55)씨는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주까지 헌혈을 308회 했다. 일년에 24번 횟수 제한이 있지만 몸 상태만 좋으면 2주 간격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최근 국민들의 헌혈 참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씨의 접종 횟수 ‘308’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헌혈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헌혈률은 5.0%(261만 1000건)로 2016년(5.6%) 대비 0.6% 포인트 감소했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헌혈 문화 조성에 앞장선 박씨를 포함한 29명에게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박씨는 이에 대해 “연말 가요대상을 보면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전국적으로 저보다 많이 헌혈하신 분도 있고 해서 기대를 안 했다”며 “가문의 영광이고 믿어지지도 않는 얼떨떨한 상황”이라고 기쁨을 전했다.

박씨가 헌혈을 시작한 건 15년 전쯤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세상과 이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박씨는 “(그 일이 있을 때쯤) ‘나도 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성적이라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봉사는 쉽지 않다고 여겼다”면서 “혼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다 보니까 헌혈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고, 어린 친구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15년째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보통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감염 우려로 헌혈 참여가 위축되지만 박씨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에는 일 년에 할 수 있는 최대치인 24회를 했다. 마스크 쓰고 혈액원에 들어가기 전 열체크하고 손소독하고 방역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실제 호흡기 바이러스는 혈액으로 전파되지 않고 코로나19 역시 수혈로 전파된 사례는 없다.

박씨는 “헌혈을 296회 정도 한 이후부터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그만둘까 고민도 했지만 몸이 허락할 때까지는 헌혈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헌혈은 만 16세부터 69세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65세 이상인 경우 60세부터 64세까지 헌혈한 경험이 있는 사람만 헌혈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1-06-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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