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과 사투 벌이는 쪽방촌의 하루

[르포]폭염과 사투 벌이는 쪽방촌의 하루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3-07-31 19:22
수정 2023-07-3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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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지열 식히려 안개분사, 소방용수 살포
서울시, 쪽방 건물 층마다 벽걸이 에어컨 설치
거동 어려운 환자·노인 주민은 일 2회 방문 간호
“내년 여름 폭염만 견디면 새 임대주택 입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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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서 이수정 서울시 남대문쪽방상담소 간호과장이 폐질환이 있는 주민의 혈압을 재고 있다.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서 이수정 서울시 남대문쪽방상담소 간호과장이 폐질환이 있는 주민의 혈압을 재고 있다.
바깥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31일 오후 2시, 지열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언덕길 끝에 허름한 벽돌 건물이 서 있었다. 이수정 서울시 남대문쪽방상담소 간호과장이 1층 복도 맨 끝 방문을 열자 후텁지근한 공기에 섞인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 5㎡(1.5평) 남짓한 윤모(74)씨의 방에는 치우지 않은 전기장판과 진분홍색 극세사 이불이 깔려 있었다. 망상 증상이 있는 윤씨는 폭염경보가 시작된 2주 전까지 땀을 흘리면서도 패딩점퍼 입기를 고집했다고 한다.

이 과장이 혈압과 혈당을 재겠다고 하니 윤씨가 긴소매 체육복을 느릿느릿 걷어 올렸다. 앙상한 팔뚝이 드러났다. “어르신, 덥고 입맛 없으셔도 식사보조제 하루에 4팩을 꼭 드셔야 해요. 안 그러면 병원 가시라고 잔소리할 수밖에 없어요.”

돈의동, 창신동과 함께 서울 대표 쪽방촌으로 꼽히는 남대문 쪽방촌은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좁은 골목길 열기를 식히기 위해 설치한 쿨링포크(안개분사기)에서 서늘한 물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상담소 직원들은 하루 3~4번씩 소화전 호스를 뽑아 골목길에 물을 뿌렸다.

에어컨 빵빵한 무더위 쉼터에서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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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상담소 2층에 있는 무더위 쉼터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 2023.7.31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상담소 2층에 있는 무더위 쉼터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 2023.7.31
길모퉁이 그늘막과 대형 선풍기 앞에는 민소매 내의를 입은 주민들이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쪽방상담소 2층에 마련된 무더위쉼터는 주민 사랑방이었다. 좁고 더운 방이 답답한 주민들이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쐰다. 방명록을 확인하니 하루 평균 20명이 쉼터를 찾는다. 이곳에서 만난 쪽방촌 살이 24년 차 정창식(67)씨는 ‘에어컨 예찬론’을 펼쳤다. 쪽방 건물 층마다 놓인 에어컨이 더위를 쫓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남대문, 서울역, 영등포, 돈의동, 창신동 등 5개 쪽방촌 건물 77개 동에 벽걸이 에어컨 190대를 설치하고 올해 추가로 37대를 더 달았다. 7~8월 에어컨 사용 전기요금도 4540만원(대당 20만원 한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돌아본 쪽방 건물 4채에는 한 층에 1~2대의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최저 18도로 맞춰진 에어컨은 복도마다 냉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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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의 한 건물에 설치된 벽걸이 에어컨. 2023.7.31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의 한 건물에 설치된 벽걸이 에어컨. 2023.7.31
거동이 어려워 방을 벗어나기 어려운 노약자, 만성질환자, 중증질환자들은 하루 4~5차례 방문객을 맞는다. 서울시가 파악한 건강 취약 쪽방 주민은 150명으로, 이들의 평균연령은 72세다. 간호사가 하루 2~3번 이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51개조 120명으로 구성된 응급구호반이 하루 두차례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김용일 서울시의원, 북가좌동 골목 상점가 상인회 설립총회 참석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 의정활동하고 있는 김용일 의원(서대문구 제4선거구, 국민의힘)은 지난 7일 북가좌동 골목 상점가 상인회 설립총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는 서울신용보증재단 손명훈 서대문지점장, 박정수 회장 등 상인회 관계자, 정재원 동장 등이 함께했다. 이번 총회는 북가좌2동 먹자골목의 상인들이 힘을 모아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받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무더위와 휴가철로 인해 상인들의 참석이 저조하여 아쉬움이 있었지만, 상인들은 골목상권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골목상권 구획화 및 육성지원 사업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골목상권을 상권 단위로 체계적으로 구획화하고,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통해 상권 활성화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골목형 상점가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2조제2호의2에 따라 소규모 점포들이 일정 구역에 밀집된 지역으로, 전통시장이나 일반 상점가로 지정되기 어려운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2000㎡ 이내의 면적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가 30개 이상(서대문구는 25개) 밀집하여 있는 구역을 말한다. 골목형상점가 지정 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가맹이나 정부 및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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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들은 내년 여름까지만 견디면 ‘아파트’로 이사한다며 좋아했다. 남대문로5가 580번지에 건설 중인 22층짜리 건물 얘기다. 시는 민간 재개발을 통해 쪽방 주민 182세대를 위한 임대주택과 복지시설을 짓고 있다. 2025년 2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 20만~35만원의 월세를 내는 주민들은 월 10만원대 저렴한 공공 임대료로 주방과 개인 욕실, 냉방기를 갖춘 약 15㎡(4.5평)의 새집에 살 수 있게 된다. 박종태 서울시 남대문쪽방상담소장은 “열악한 쪽방촌의 주거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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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공공 임대주택 건설현장. 2025년 2월에 지상 22층의 건물이 완공되면 쪽방 주민 182세대가 이주할 예정이다. 2023.7.31
31일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공공 임대주택 건설현장. 2025년 2월에 지상 22층의 건물이 완공되면 쪽방 주민 182세대가 이주할 예정이다. 2023.7.31
한편, 서울시는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8월 한 달간 재난 대비 수준으로 취약계층을 상시 지원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쪽방촌 주민들이 열대야를 피하고 목욕도 할 수 있도록 동네 목욕탕 3곳을 ‘밤더위 대피소’로 지정해 제한 없이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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