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도 잘 몰라요… 잊히는 경기 사투리

토박이도 잘 몰라요… 잊히는 경기 사투리

임태환 기자
임태환 기자
입력 2024-04-08 23:47
수정 2024-04-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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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 변화·독자적 어휘 등 존재
표준어 범위 간주돼 관심 저조
조례 13곳뿐… 진흥 사업 없어
道 “언어문화 가꿀 방안 연구”

‘노나다’, ‘아부지, 어머이’, ‘굉이’. 모두 특정 지역의 사투리다. 표준어로 바꾸면 각각 ‘나누다’, ‘아버지, 어머니’, ‘고양이’ 등이다. 해당 지역을 짐작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바로 경기도다.

경기도민의 언어문화 사전인 ‘경기도 방언’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표준어와 유사하다고 여겨져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데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활성화 정책 등도 시행되고 있지 않은 탓이다.

표준어로 오해받는 대표적인 경기 사투리가 ‘봉다리’다. 표준어로는 봉지나 보자기다. 발음도 독특하다. 모음 ‘오’를 ‘우’로 발음하곤 한다. ‘삼촌’을 ‘삼춘’으로, ‘먹고 싶다’를 ‘먹구 싶다’로 말한다.

여기에 모음 ‘이’ 탈락 현상이 벌어지면서 ‘계란’을 ‘겨란’으로 발음하거나 ‘이’ 모음 역행동화 현상으로 ‘참기름’을 ‘챔기름’으로 발음하는 것도 경기 사투리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기 사투리는 다른 지역 사투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도에서 사용되는 말들이 표준어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립국어원이 5년 주기로 수행하는 국민의 언어의식 조사에서도 ‘평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 관련 질문에서 응답 항목은 ‘표준어, 강원 방언, 충청 방언, 전라 방언, 경상 방언, 제주 방언, 북한 방언’으로 설정되는 등 경기 언어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도와 도내 31개 시군 중 국어 관련 조례가 있는 곳은 도와 고양시, 군포시 등 13곳이 전부다. 국가법인 국어기본법 제4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어 보전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에서 지역어 관련 규정을 조례에 포함하고 있는 곳은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가 있는 도와 ‘국어 진흥 조례’가 있는 고양·성남·포천 등 4곳뿐이다.

조례가 있는 지자체들도 지역어 보존 및 발전을 위한 내용이 의무 조항이 아닌 재량 조항이기에 사실상 지역어와 관련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관련 포럼을 열고 라디오 방송을 통한 사투리 홍보를 진행한 바 있다”며 “사투리가 경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만큼 언어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가꿔 나갈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4-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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