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기울자 월세 든 오피스텔 불법 전세 주고 돈 가로채
구모(33·여)씨는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소규모 사업을 하는 ‘소호족’(Small Office Home Office, SOHO)을 꿈꿨다.구씨는 2012년 6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숙소 겸 사무실로 방 5개짜리 오피스텔을 보증금 1천만원, 월세 150만원에 계약해 인터넷으로 초콜릿 재료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씨의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생각만큼 장사가 되지 않으면서 한 달 150만원인 월세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구씨는 노는 방을 떠올렸다. 방 하나를 전세로 빌려주고 전세금을 받아 당장 급한 불을 끄자는 계산이었다.
2012년 12월께 구씨는 인터넷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에 ‘하우스 메이트를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회사원 김모(35·여)씨가 찾아왔다.
구씨는 김씨에게 자신이 전세로 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월세 임차인은 또 다른 이에게 임대를 할 수 없지만 전세 임차인은 집주인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
구씨가 시세보다 훨씬 싼 전세금 2천450만원을 제시했고, 김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계약해 돈을 입금했다.
구씨는 이 돈으로 다시 사업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2천450만원은 월세와 사업자금으로 금세 바닥나고 말았고 다시 돈이 필요했다.
특히 회사원 김씨가 계약한 지 2년이 지나 집을 옮기겠다며 전세금을 반환해달라고 하면서 구씨는 다급해졌다.
구씨는 김씨를 속였던 방식 그대로 다른 임차인을 모집했고, 임모(25·여)씨 등 학생과 회사원 3명과 2천500만∼4천3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이 돈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이쯤 되면서 구씨는 더 대담해졌다. 2014년 영등포구에 있는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보증금 1천만원, 월세 145만원에 계약해 같은 방식의 범죄를 이어갔다.
이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구씨는 신모(37·여)씨 등 2명에게 3천500만∼3천950만원을 받고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구씨의 범행은 영원할 수 없었다. 전세금 반환을 미루는 점을 수상히 여긴 신도림동의 세입자 네 명이 집주인에게 찾아가면서 결국 범행은 들통났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구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은 구씨와 계약할 때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며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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