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별 배분 · 단기 목표 · 눈높이 시작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리듬만 반복되면 지루하겠죠.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영·수를 골고루 해야 한다고 해서 국어 2시간, 수학 2시간, 영어 2시간 이렇게 기계적으로 시간을 분배하면 그것이 제대로 된 공부방법일까요.
송재열 공부법 컨설턴트·진학사 객원연구원
이 때문에 학생들 역시 학원 수업을 듣고, 내준 숙제를 열심히 하면서 하루의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면 공부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 잘못이 없어 보이지만 이 공부량을 제대로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상위 3% 이내에 드는 학생들이나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국어, 영어, 수학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공부의 재미라는 것을 느끼기 힘들고, 결국 국어·영어·수학은 학생들에게 그냥 큰 짐이라는 인식만 쌓여 가게 됩니다.
학생별로 상담하다 보면 개개인에 맞춰 과목별로 전략을 짜서 공부시간과 역량을 배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공부해야 할 범위를 좁혀 주는 것이죠.
특히 고등학생이라면 이런 학습법이 큰 역할을 합니다. 이과생 K군은 영어는 보통이고 수학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었으며 국어, 과학 성적은 수학보다 더 나빴습니다. 이과생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학을 중심으로 배분했습니다. 수학을 60%로 잡고 다음으로 과학을 25%, 영어는 10%, 국어 5% 순으로 비중을 잡았습니다. 다만 유의할 것은 이런 배분이 기약 없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과목 배분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K군의 경우는 3주 동안 고등수학 (상), (하)를 마친다는 단기목표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목표를 완수했다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기 목표를 잡아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목표를 이뤘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이후 학습에도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목표에 도달하기가 힘들면 지치고 무력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K군의 사례를 앞서 들었지만, 일반적으로 이과생은 수학에 50% 정도의 비중을 두고 1년 정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영어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목이고,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우니 매일 한두 시간, 30% 정도를 배치합니다. 물론 영어 성적이 좋다면 국어를 30% 배치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남은 두 과목을 10%씩 배치하면 알맞은 비중이 됩니다. 중학생이라면 조금 달라집니다. 중학생은 영어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를 50% 정도 배치해서 학원도 다니고 숙제도 열심히 하면서 이와 더불어 스스로 단어 암기도 하고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 높은 독해책의 문장을 암기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학을 30% 정도로 잡고 꾸준히 진도에 맞춰 풀면서 복습을 합니다. 국어는 20% 정도의 비중으로 어휘력 향상을 목표로 공부합니다.
주요 과목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두는지에 따라 자녀의 공부에 부담이 될지, 아니면 어려움 없이 순항할지가 결정됩니다. 방학 혹은 학기 중인지, 초·중·고 몇 학년인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문과 혹은 이과인지에 따라 모두 다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의 공부능력을 냉철하게 판단해서 그 능력에 맞도록 시작점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과목별로 비중을 다르게 시작하고, 또 학생이 적응하는 것에 따라 다시 조정하면서 판단하면 어렵지 않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이 모두 중요해 보여도 똑같은 비중으로 공부하는 것이 자녀에게 꼭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공부 계획을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송재열 공부법 컨설턴트
2014-09-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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