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슈퍼버그(superbug)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슈퍼버그(superbug)

입력 2010-07-12 00:00
수정 2010-07-1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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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작은 이발소를 하던 그 아재는 항상 창백한 얼굴에 줄창 밭은 기침을 해대곤 했다. 한번은 바리캉으로 내 머릴 깎다가 돌아서서 자지러지듯 기침을 해대는 그를 너무 오래 돼 버짐처럼 얼룩이 번진 거울을 통해 바라보자니 가슴이 아렸다. 사람들은 그가 폐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하얀 알약을 한 웅큼 삼키는 것을 본 적도 여러 번이었다. 어느 날, 얼큰 술에 취해 마을로 들어서는 그의 손에는 비닐봉지에 담긴 파르스름한 양철통이 모가지가 비틀린 메추라기처럼 대롱대롱 메달려 있었다. 보건소에서 받아다 먹는 ‘파스’류의 폐병약이었다.

그 후 몇 해 지나지 않아 그는 세상을 떴다. 사람들은 너무 병이 깊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더라고들 말하며 눈물을 찍어 쌓았다. 그의 노모는 “약을 먹다 안 먹다 해 나중에는 백약이 무효라고 보건소 직원이 그러더라.”며 에미 두고 먼저 간 자식을 나무랐다. 생각하면 다 무지한 탓이고, 세상이 그랬으니 딱히 그걸 두고 누굴 탓할 일도 아닌 시절이었다. 궁벽한 촌에서 허구한 날 보건소 드나들며 약 타다 먹는 일인들 쉬웠으랴. 바빠서도 못할 일이었고, 남들 눈치 보여서도 쉽지 않았을 일이다. 그렇게 병을 다뤘으니 독한 폐병균이 내성을 키워 나중에는 백약이 소용없게 됐고, 그걸 견뎌내야 하는 그 몸은 또 얼마나 힘겨웠을까. 요새 문제가 되는 게 항생제 남용이다. 항생제 남용이 슈퍼버그를 만들어 종국에는 인류가 그 하찮은 세균에게 먹히고 말지도 모를 일이다. 턱없는 말이 아니다. 좀 안다는 이들 말이, 인류의 종말은 핵폭탄이나 환경 때문이 아니라 세균의 준동으로 초래된다고들 한다. 한번쯤 새겨 볼 말이다.

jeshim@seoul.co.kr

2010-07-1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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