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금지옥엽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금지옥엽

입력 2010-11-29 00:00
수정 2010-11-2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잠에 취해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책가방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엄마는 뭐라도 먹여보려고 안달이지만 애는 모든 게 시큰둥합니다. 점심은 학교 급식으로 해결합니다. 급식 어떻냐고 물으니 “그저 그렇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학교 급식은 또다른 면에서 편식조장식이기도 합니다. 간섭하는 이가 없으니 저 먹고 싶은 것만 대충 먹고마는 모양입니다.

오후에 잠깐 집에 들러 간식 좀 깨작거리다가 다시 학원으로 갑니다. 학원에서 대충 먹는 끼니, 부실할 게 뻔합니다. 뭘 먹느냐고 슬며시 물으니 기가 막힙니다. 떡볶이, 쫄면, 컵라면, 자장면… 뭐 이런 식입니다.

누구 얘기냐고요? 금지옥엽 바로 당신 자녀들의 얘깁니다. 운동이라고는 학교나 학원 오갈 때 걷는 게 전붑니다.

그러니 겉으로 뵈는 허우대는 멀쩡하고 피둥피둥한 게 ‘철없이 먹기만 해서 저러나보다.’ 싶지만 걔들 철부지 아닙니다. 떼 쓰고 어리광 부려도 속은 멀쩡한 ‘애늙은이’들입니다.

하도 답답해 쉬는 날, 데리고 나가 줄넘기라도 시켜보면 ‘이래서는 될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작 줄넘기 몇번 폴짝거리다가 이내 헉헉거리며 주저앉습니다.

요즘 애들 이렇게 큽니다. 귀한 자녀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속은 물에 분 밥알처럼 허약합니다. 몸이 부실하니 강인한 정신은 기대도 못합니다. ‘시렁 눈에 부채 손’이라고 그렇게 자란 애들이 주제 모르고 욕심은 하늘을 찌릅니다.

저 좋은 일 아니면 모든 게 귀찮고, 짜증스럽습니다.

오로지 세상 쉽게만 살려고 듭니다. 자식 일에 좋은 게 좋은 건 없습니다.

당신의 금지옥엽, 그대로 괜찮겠습니까.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데….

jeshim@seoul.co.kr
2010-11-29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