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무실 안구·피부 건조증 주의보
직장인 김모(36)씨는 사무실 난방기 바람 때문에 요즘 회사 가기가 괴롭다. 눈이 시리고 건조해 쉽게 피로하고, 며칠 전 코가 간질거리더니 부쩍 재채기가 늘었다. 없던 피부 트러블도 생겼다.
건조한 겨울철에는 눈물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기 쉬운데 온종일 컴퓨터 작업에 매달려 모니터를 장시간 응시하면 눈 깜빡임이 줄어 눈이 쉽게 마른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날엔 증상이 더 심해져 쓰라리고 가렵고 모래알이 구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공눈물을 점안해 부족한 눈물을 보충하면 증상이 덜하지만 딱 그때뿐이다. 자주 환기해 습도를 적절히 맞추고 난방기 온도를 낮추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안구건조증 환자는 3월, 8월, 12월에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2013년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월은 전월 대비 환자 증가율이 5년 평균 11.1%로 가장 높고 12월(전월 대비 5.6%)이 뒤를 이었다. 8월은 전월보다 환자가 평균 3.1% 증가했다. 봄에는 실내·외가 모두 건조하고 여름과 겨울에는 냉난방기를 과하게 사용하는 탓에 실내가 건조하다.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고 안구·전신 피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눈곱이 자주 끼고 충혈된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면 렌즈가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눈물을 흡수해 더 건조해진다. 심하면 각결막염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건조한 사무실에서는 되도록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쓰는 게 좋다.
난방기를 틀더라도 환기는 자주 해야 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면 바이러스나 세균, 먼지 등에 대한 호흡기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사실 추위 자체는 감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난방을 과하게 해 실내·외 온도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체온의 균형이 깨지면서 감기에 쉽게 걸린다. 실내 온도는 20~22도, 습도는 40~60%로 유지하는 게 좋다.
습도가 떨어지면 각질층도 영향을 받는다. 피부 각질층의 정상 수분 함량은 15~20%인데 가을과 겨울철에는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내려간다. 난방기까지 틀면 더 건조해져 피부 각질층이 일어나 하얗게 들뜨거나 거칠거칠해진다. 심한 가려움증이 생겨 만성 피부 질환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노주영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런 상태를 건성 습진이라고 하는데, 피부 표면의 장벽이 손상돼 피부가 더욱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무실 환기를 자주 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하루 8~10컵 정도 물을 마시는 게 좋다.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모니터를 눈 위치보다 약간 아래쪽에 둬 눈꺼풀이 눈을 충분히 덮도록 한다. 난방기 온도는 조금 낮추고 가습기를 활용해 습도를 60% 정도로 맞춘다. 될 수 있으면 1시간 일하고선 10분 정도 쉬고 가볍게 눈 운동을 한다. 온찜질을 하면 눈 주위 혈액순환이 잘돼 덜 피로하다.
목이나 코가 따끔거리는 증상이 심해졌다면 오메가3, 비타민C, 비타민E를 충분히 섭취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등어, 갈치 등에 든 오메가3 섭취량을 늘리면 기도의 염증이 완화되고 비타민E는 기관지와 폐 세포 구성 성분인 불포화지방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비타민E는 호두나 참깨, 참기름 등에 많이 들었다. 비타민C는 체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5-12-14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