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성관계’ 육사생도 퇴학처분은 위법

‘여친과 성관계’ 육사생도 퇴학처분은 위법

입력 2014-01-02 00:00
수정 2014-01-0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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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도 “학교측 재량권 남용” 육사 “품위유지 위반… 상고할 것”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와 주말 외박을 나와 자신의 집에서 성관계를 가졌던 A씨는 ‘이성 친구와 원룸에 드나드는 육사 생도가 있다’는 이웃의 제보로 2012년 11월 육군사관학교에 적발됐다. 육사는 내부 심의를 거쳐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고 3금 제도(금주, 금혼, 금연)를 어겼음에도 ‘양심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A씨를 퇴학 처분했다. 이에 A씨는 “퇴학 처분은 부당하다”며 육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성관계는 개인의 자유이며 이를 양심보고할 경우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의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이태종)는 1일 육사 생도 A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 처분 무효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징계 사유를 모두 고려해도 퇴학 처분은 학교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처분”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여자 친구와의 성관계는 내밀한 자유 영역”이라면서 “미풍양속을 해친다거나 성군기를 문란하게 한다고 볼 만한 근거나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육사의 ‘동침 및 성관계 금지 규정’에 대해서도 “도덕적 한계를 위반하는 성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이러한 규정을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육사는 “A씨의 행동은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퇴학 처분은 정당하다”며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어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에서는 사관학교 생도들의 혼인이나 성관계, 흡연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육사가 3금 제도 위반자에게 내린 퇴교 조치를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지만 육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4-01-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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