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과실 인정하거나 피해자가 입증해야 승소

카드사가 과실 인정하거나 피해자가 입증해야 승소

입력 2014-01-22 00:00
수정 2014-01-22 00:4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보상 소송 이길 수 있나

“지난해 말부터 스팸 문자가 평소에 비해 3~4배 늘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뉴스를 보고서야 신용 정보가 유출된 것을 알았습니다. 신용카드번호, 신용등급, 이용한도 등 광범위한 정보가 유출돼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추가 피해가 있을까 걱정됩니다.”(반모씨·44세·집단소송 참여자)

“오랜 기간 카드사를 믿고 사용했는데 개인 정보 유출 피해가 생겨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집단소송에 동참하게 됐습니다.”(김모씨·40세·집단소송 참여자)



신용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의 피해 범위가 예상보다 광범위함에 따라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이 줄을 이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용카드사의 귀책 사유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21일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카드사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피해보상 소송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가 20여개 개설돼 있다. 한 카페에서는 모집 1주일도 안 돼 소송 비용을 입금하고 집단소송에 참가한 피해자들이 1500여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에는 법무법인 조율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앞으로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거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한 소송에서는 대부분 피해자들이 패소했다. 2008년 옥션 개인 정보 해킹사건 당시 14만명이 집단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해킹을 막지 못한 아쉬움이 일부 있긴 하나 당시 옥션이 취하고 있던 각종 보안조치, 해킹 수법 등에 비춰 옥션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008년 110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GS칼텍스 개인 정보 유출사건에서는 정보를 빼낸 자회사 직원 3명이 정보를 팔아넘기기 직전에 검거되면서 후속 피해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네이트·싸이월드 이용 고객들이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낸 개인 정보 유출 관련 소송도 지난해 서울서부지법에서 “원고 1인당 20만원을 배상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집단소송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대종의 박흥수 변호사는 “과거 네이트·싸이월드 소송에서 배상 판결이 나온 것은 재판부에서 정보 유출에 대한 회사의 과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소송에서도 이를 입증해야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안의 고정욱 변호사는 “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인지 이전에 유출된 개인 정보로 인한 피해인지 입증해야 한다”면서 “법정에서 다퉈 봐야 하겠지만 이를 제대로 증명해 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1-22 3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투표
트럼프 당선...한국에는 득 혹은 실 ?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됐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에게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득이 많다
실이 많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