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에 공범 신문조서 공개” 판결
외국에서 마약을 수입하다가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A씨가 검찰 수사 당시 자신의 범행을 실토한 공범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법원 판결로 열람할 수 있게 됐다.검찰은 ‘사생활 침해 우려’를 사유로 조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가 행정소송을 당하자 뒤늦게 ‘공범에 대한 위협 우려’를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은 행정청이 처분 사유를 추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A씨가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6월 B씨와 공모해 필로폰 42g을 멕시코에서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교도소에서 B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하려고 했다.
이 조서에는 A씨로부터 필로폰을 전달받았는지 여부 등에 관한 B씨의 진술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를 이유로 A씨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서를 공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A씨가 소송을 내자 검찰은 뒤늦게 “B씨가 신문 과정에서 A씨와의 공모 관계를 진술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경우 A씨가 B씨에게 협박·복수 등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3호의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를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검찰이 당초 처분 사유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른 사유를 소송 과정에서 추가할 수 없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의 피의자 신문 조서 내용은 공개될 경우 B씨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에 따른 검찰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조서 공개로 B씨가 위협을 당할 수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정보공개법 9조 1항 3호는 같은 조항 6호와 입법 취지, 내용, 범위, 요건이 다르다”며 “검찰이 이 사건 처분의 사유로 3호를 새로 추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