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 교수 수감·가족들 감시 국가는 불법행위 배상 의무 있어”
민주화운동가이자 진보 신학자로 군사정권 시절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 김찬국 연세대 교수의 유가족이 국가로부터 억대 배상금을 받는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 오재성)는 긴급조치 1·4호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고인의 가족 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5억 1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교수와 같은 소수의 용기 있는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국가의 민주화에 큰 밑거름이 됐다”면서 “그럼에도 김 교수를 수감하고 그 가족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일상생활을 어렵게 한 국가는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1973년 연세대 신학대 학장으로 취임한 김 교수는 같은 해 12월 유신헌법 개헌 청원 서명운동의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학생들을 수차례 만나 “유신헌법은 계엄령을 선포해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한다”거나 “젊은 목사나 전도사 중에는 독재에 항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학생 데모에 호응해 줄 것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 교수는 1974년 형 집행정지로 출소하기 전까지 286일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에도 정부의 압력으로 복직하지 못하다가 1984년에야 연세대 강단에 다시 설 수 있었다. 김 교수는 2009년 숨졌지만 가족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2011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2013년 김 교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9-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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