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상대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피고 대한민국.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에 살던 이씨는 500만원권 자기앞수표 2장을 잠시 집에 보관한 사실을 깜빡하고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며 잃어버린 수표를 찾으러 가겠다고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씨는 2017년 8월 초 계단에서 굴러 머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씨는 지난해 초가 되어서야 건강을 회복해 경찰서에 갔습니다. 그런데 유실물로 접수됐던 수표는 2017년 12월 4일자로 국고에 귀속이 된 상태였습니다.
●“내 것이라고 했어” “6개월간 안 찾아가”
이씨는 지난해 3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민법과 유실물법에 따르면 유실물은 ‘공고’한 뒤 6개월 안에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갖게 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물건을 주웠다면 빨리 돌려주거나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고요. 경찰은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주인이 누군지 모르면 공고를 하고, 돌려받을 사람이 없으면 국고로 넘기도록 돼 있습니다. 이씨는 “국고 귀속은 소유자가 누군지 모르는 것을 전제로 한 때에만 해당한다”면서 자신은 이미 경찰에 수표의 주인임을 밝혔기 때문에 경찰이 그대로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이씨가 수표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정부가 밝힌 사정은 이랬습니다. 2016년 12월 14일 이씨가 살던 집에 이사 온 권모씨가 수표를 발견하고 파출소에 신고했습니다. 일주일 뒤 경찰서 유실물 담당자는 “수표 주인”이라고 밝힌 이씨의 전화를 받고는 “경찰서로 방문해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찾아온 사람이 없었고 경찰청 유실물 포털사이트에 6개월간 공고했는데도 연락이 없어 국고에 귀속했다는 겁니다. 이씨가 수표 주인이라고 말을 했어도 실제 자신의 것이 맞는지 증명해야 돌려줄 수 있는 데 그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거죠.
●법원 “절차상 국고 귀속 적법”
안타깝게도 이씨는 끝내 수표를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3단독 성기문 원로법관은 “이 사건 수표는 적법하게 국고 귀속됐다”며 지난 15일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경찰에 설명도 들었고 6개월간 공고가 이뤄졌는데도 찾으러 가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대로 어쩔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9-01-24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