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비망록 독점공개 “축록자 불고토”

허정무 비망록 독점공개 “축록자 불고토”

입력 2010-05-27 00:00
수정 2010-05-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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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쫓는 사람은 토끼를 돌아보지 않는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허정무(55) 한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마음 속에는 바로 이 격언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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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자택 서재에 있는 허정무 감독.  정가연기자 what@sportsseoul.com
방배동 자택 서재에 있는 허정무 감독.
정가연기자 wha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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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노트.  정가연기자 what@sportsseoul.com
허정무 노트.
정가연기자 what@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이 독점 입수한 허정무 감독의 비망록에는 지난 2월 10일 동아시아축구연맹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0-3으로 완패해 ‘공한증’이 깨진 날의 참담한 심정과 처절한 반성이 담겨 있다. 허 감독은 이날 비망록 끝에 ‘축록자 불고토(逐鹿者 不顧兎)’라는 고사성어를 적으면서 ‘큰 일에 뜻이 있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않음’이라고 뜻을 풀어 놓았다. 2007년 12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쥔 뒤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오직 남아공월드컵 본선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달려왔던 그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다. 평소 일기나 메모를 잘 쓰지 않는 허 감독이 이런 글을 남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전 패배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으며. 이런 위기를 극복해야만 월드컵 본선에서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다짐하고 있다.

허 감독은 전지훈련 중인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유쾌한 도전’은 주눅 들지 말고 승부를 즐기자는 의미다. 결국 이기는 승부가 즐거운 승부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의 플러스 알파를 해낸다면 남아공에서 충분히 일을 낼 수 있다”며 비망록의 내용대로 원정 16강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 축록자 불고토란?

‘축록자 불고토’라는 말은 중국 한무제 때 유안이 편찬한 ‘회남자’ 17권 ‘설림훈(說林訓)’에 나온다. 큰 일에 뜻을 둔 사람은 작은 일을 돌아보거나 그것에 얽매이지 않음을 비유할 때 쓰인다.

허정무 감독에게 큰 일이란 ‘남아공월드컵 원정 첫 16강’으로 풀이되며 그 과정에서 여러 잡음과 오해. 우여곡절. 평가전 실패 등이 있어도 큰 목표를 위해 뛰어 넘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축록’은 한나라 초기 전략가 괴철(괴통)이. 7웅이 중원의 패권을 다툰 것을 ‘사슴을 잡으려 쫓는 일’에 비유했다는 ‘사기’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즉 축록자란 대권을 노리는 사람. 큰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다.

허 감독에게 ‘축록’이란 16강 진출인 셈이다. 평소 독서를 즐기는 허 감독은 종종 자신의 마음을 고사성어로 표현했다. 연초에는 호랑이 해를 맞아 월드컵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호시탐탐(虎視耽耽)’과 ‘호시우보(虎視牛步)’라고 설명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 | 위원석기자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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