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성녀, 목소리만 요란했네

괴성녀, 목소리만 요란했네

입력 2011-01-26 00:00
수정 2011-01-2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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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포바·위크마이어 등 줄줄이 짐싸

여자 테니스계의 해묵은 논란이 있다. 속살과 헷갈리는 커피색 속바지를 굳이(!) 입는 비너스 윌리엄스(세계 5위·미국)뿐만이 아니다. 코트를 쩌렁쩌렁 울리는 야릇한 괴성도 그렇다. 대회마다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1990년대 초반 모니카 셀레스(은퇴·유고슬라비아)가 시초였고, 마리야 샤라포바(16위·러시아)가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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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성은 단순히 히팅 타이밍을 잡는 수준을 넘어섰다. ‘괴성녀’들은 플레이 상황이나 공의 세기와 무관하게 샷마다 ‘의무적으로’ 소리를 내지른다. 특히 세계적인 아카데미인 닉 볼리티에리 출신인 샤라포바, 세리나 윌리엄스(4위·미국), 미셸 라셰르 데 브리토(208위·포르투갈) 등은 악명 높다. 야니나 위크마이어(24위·벨기에)는 이름보다 ‘후피’(whoopee·샷을 칠 때 내는 특유의 소리)로 더 유명하다. 괴성은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소음인 100데시벨(dB)을 넘나든다. 선수들은 원활하게 숨을 쉬는 방법이라고 변명하지만, 이쯤 되면 소음공해다.

그랜드슬램 챔피언만 18차례 차지한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은퇴·체코)는 “괴성은 반칙이다. 경고나 벌점 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경하게 주장한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쩌렁쩌렁한 괴성 때문에 상대 선수는 히팅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때문에 공의 파워나 스핀, 바운드 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논문 결과도 있다. 논란이 가열되자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 역시 규제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어쩐 일일까. 시대를 풍미했던(?) 시끌벅적한 괴성녀들이 호주오픈(17~30일)에선 일찍부터 짐을 쌌다. 신음의 대표 주자 샤라포바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위크마이어도 2회전에서 아나스타시야 세바스토바(46위·라트비아)에게 막혀 고배를 마셨다. ‘디펜딩챔피언’ 세리나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결승에는 카롤리네 보즈니아츠키(1위·덴마크), 베라 즈보나레바(2위·러시아), 킴 클리스터스(3위·벨기에) 등 잠잠한(?) 여제들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목소리로 주름 잡던 시대는 갔다. 모처럼 조용한 챔프전이 될 예감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1-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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