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가빈을 위한 ‘가빈 시리즈’

프로배구, 가빈을 위한 ‘가빈 시리즈’

입력 2011-04-09 00:00
수정 2011-04-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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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가빈스’, ‘가빈화재’, ‘괴물’, ‘로봇’, ‘甲인’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공격수 가빈 슈미트(25)가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자 팬이 붙인 별명이다. ‘甲인’은 우월한 위치나 능력을 차지한 사람을 일컫는 ‘갑’이라는 뜻으로 가빈의 발음과 같게 조합한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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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 삼성화재 가빈이 블로킹을 피해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 삼성화재 가빈이 블로킹을 피해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열거한 가빈의 별명이 암시하듯 올해 프로배구 남자부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빈의 독무대로 끝났다.

2년 연속 남자 배구 챔프전은 가빈의, 가빈에 의한, 가빈을 위한 ‘가빈 시리즈’가 된 셈이다. 삼성화재의 챔피언결정전 4연패가 확정된 뒤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도 가빈에게 돌아갔다.

삼성화재 수비수는 필사적으로 공을 리시브한 뒤 ‘예쁘게’ 띄워 주면 신장 207㎝의 가빈이 상대 블로커 위로 대포알 같은 스파이크를 날려댔다.

밀란 페피치와 김요한을 내세운 LIG손해보험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문성민과 헥터 소토가 버틴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서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챔프전에서는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1위의 주역인 에반 페이텍, 김학민, 곽승석 등을 앞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다른 팀의 사령탑은 2~3명의 블로커를 띄웠고 가빈에게 좋은 공이 가지 못하게끔 강한 서브를 날리라고 주문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뻔히 알고도 막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가빈의 공격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3관왕을 차지하며 홀로 우뚝섰던 가빈은 올해는 더욱 진화한 능력을 펼친 것이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챔피언시리즈에 직행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를 치렀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랐다. 정규리그 초반에는 꼴찌까지 처지며 부진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모두 거친 뒤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최고 세터 최태웅이 자유계약선수(FA) 박철우의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했고 ‘공격과 수비의 기둥’ 석진욱이 부상으로 빠지는 등 전력에 공백이 많은 상태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승을 차지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우승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가빈의 활약 덕분이다.

정규리그에서 839점(경기당 28.9점)에 공격성공률 55.65%를 올린 가빈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03점(경기당 34.33점), 플레이오프 130점(경기당 43.33점)을 올리면서 상승곡선을 그었다.

공격성공률도 준플레이오프(57.74%), 플레이오프(58.33%)보다 챔프전에서는 더 높아졌다.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의 비중이 커질수록 위력이 배가 된 것이다. 챔프전 때 팀 공격 점유율은 60%를 훌쩍 넘겼다.

챔프전 득점도 경기당 평균 48점씩 쌓아 총 192점으로 지난해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올린 40.9점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1천점을 돌파한 가빈(1천110점)은 올해 챔프전 1차전에서 역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통산 공격득점 500점을 돌파하는 등 국내 프로배구의 기록도 다시 써내려갔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가빈을 막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꼽았고,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도 “가빈이 챔프전에서 더욱 살아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만 삼성화재가 지난해에 이어 또 가빈에게 의존하는 ‘올인 배구’로 우승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가빈의 ‘원맨쇼’가 보는 재미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토종 공격수의 성장과 다양한 전략의 발전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신치용 감독은 평소 “가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삼성화재 배구의 한계”라고 지적해왔다. 가빈 때문에 울고 웃는 삼성화재와 마찬가지로 ‘가빈의 존재’는 국내 남자배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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